"슬리퍼보다 편해"…의사·Z세대 사로잡은 크록스

글로벌 종목탐구

가볍고 편안한 신발의 대명사
올 2분기 매출 작년보다 2배
주가는 1년새 270% 급등

물놀이 등 레저용 신발서
학교·병원 등 실내화로 인기

바이오소재 등 ESG 경영 앞장
"코로나 이후에도 성장 모멘텀"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진=tvN 제공
최근 의학 드라마에 꼭 등장하는 것이 있다. 낭만, 로맨스, 권력 싸움? 아니다. 바로 크록스 신발이다. 얼마 전 종영한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의료진은 하나같이 크록스 신발을 신고 있다. 의사들이 크록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슬리퍼보다 편안하고 가볍기 때문이다.

편안한 신발의 대명사가 된 크록스는 빠르게 매출이 증가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실적은 그대로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크록스 주가는 올 들어 100%, 지난 1년간 270%가량 올랐다.

실용적 신발에서 힙한 신발로

2002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탄생한 크록스의 목표는 시작부터 철저히 ‘실용성’이었다. 린든 핸슨 등 크록스 창업자들은 바다에서 서핑을 하던 중 신발에 물이 들어가 애를 먹었다. 그러자 “물이 들어가도 쉽게 빠지는 신발이 있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연구개발 끝에 크록스를 창업했다.

크록스의 대표 상품인 클로그(clog)는 ‘어글리 슈즈’라고 불린다. 앞부분이 뭉툭하고 구멍이 뚫려 있다. 암만 봐도 투박한 디자인이다. 대신 극강의 편안함을 자랑한다. 자체 개발한 특수 소재를 활용해 가볍고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크록스는 본래 물놀이 등 레저 시장을 겨냥했지만 특유의 편리함 때문에 학교부터 병원에서까지 사랑받는 실내화로 거듭났다.최근에는 실용성에 ‘힙함’이 더해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다. 크록스 신발을 자신의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 ‘지비츠’가 인기를 끌면서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크록스는 미국의 인기 스타 저스틴 비버, 포스트 말론 등과 협업한 제품을 내놓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들 제품은 출시된 지 몇 시간 만에 매진됐다. 내년 봄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손잡고 하이힐 크록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 앱 ‘틱톡’에서 크록스 관련 동영상의 조회 수는 15억 회에 달한다. 크록스의 올 2분기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증가해 전체 매출의 36.4%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매출 훨훨

코로나19로 의류업계가 곡소리를 내는 사이 크록스는 나홀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람들이 외출이 어려워지자 집이나 공원에서 편하게 신을 수 있는 크록스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록스의 지난해 매출은 13억8600만달러, 영업이익은 2억1400만달러로 각각 전년보다 13%, 66%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상당 기간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음에도 좋은 실적을 낸 것이다. 매출 성장세는 올 들어 가팔라졌다.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매출은 6억407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증가했다. 영업 이익은 3배 이상 올랐다.

크록스는 2분기 실적발표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크록스 브랜드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60~6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경영…성장세 이어간다

크록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크록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크록스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4일에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바이오 소재를 공개하며 2022년까지 모든 신발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매체 패스트컴퍼니는 “Z세대는 물건을 구매할 때 환경보호에 힘쓰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크록스의 이런 노력이 성장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현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크록스의 향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인 12MF PER가 16.6배로 글로벌 경쟁사 평균인 22.5배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단기 주가 급등에도 가격 부담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