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드 '오징어 게임' 정주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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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美 넷플릭스 첫 1위
공개 4일 만에 22개국서 정상 올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구슬치기 …
기존 데스게임에 한국적 요소 접목
현대인 욕망·좌절 담아 공감 더해
포브스 "창의적 설정 가득한 작품"
킹덤·승리호 이어 K콘텐츠 대박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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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차트 석권으로 ‘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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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채무에 허덕이던 456명의 사람들은 거액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한다. 9부작으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에는 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됐다. 이정재 박해수 정호연 등 화려한 라인업, 감각적이고 거대한 세트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연출은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장르를 불문하고 흥행작을 탄생시킨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이번 성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 시장에서의 기록이다. 앞서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스위트홈’ 등이 잇달아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미국에선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공개된 스위트홈이 미국 드라마 부문에서 3위에 올랐던 게 최고 기록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오징어 게임이 가진 독특한 스토리의 힘을 강조했다. 포브스는 “기이하고 폭력적이지만 뛰어난 연기와 기억에 남을 만한 캐릭터, 창의적인 설정으로 가득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오징어 게임은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전문가들이 작품의 참신함을 평가하는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K콘텐츠의 영리함, 이번에도 통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비결은 K콘텐츠만의 영리한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장르와 소재의 보편성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 한국만의 특수성을 잘 녹여낸 것이다. 킹덤이 해외에서 다수 제작된 좀비물에 한국 사극의 특성을 결합한 것을 떠올리면 된다.이 작품도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는 ‘데스게임’이라는 장르를 해외에서 가져왔다. 데스게임은 2000년 ‘배틀로얄’ 이후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미국, 유럽 시청자들이 즐겨 보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오징어 게임은 여기에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현대인의 욕망과 좌절을 소재로 내세워 보편성을 강화했다.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감정을 쉽게 투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호응을 얻고 있다. 작품엔 뜻밖에 일자리를 잃고 사채까지 끌어다 쓴 기훈(이정재 분), 어릴 적부터 수재로 승승장구하다 거액의 빚을 진 상우(박해수 분) 등 수많은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정 평론가는 “일본에서 먼저 데스게임 장르가 발전했지만 시청자들의 정서를 크게 자극하진 못했다”며 “오징어 게임은 다양한 인물의 감정을 생생하게 끌어내 큰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