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360조원' 헝다, 23일 첫 고비…글로벌 증시 '장기 악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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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헝다 리스크'파산설에 휩싸인 중국 2위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그룹이 유동성 위기 극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첫 관문인 23일에 일부 채권에 대한 이자를 예정대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2일 급락 출발한 중국 증시는 이 발표에 힘입어 상승 반전했다. 글로벌 증시는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는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채권이자 일부 지급" 발표했지만
이달 갚아야 할 이자 1500억 넘어
소액채권자에 줄 현금 부족해
아파트·상가 등 현물 상환
S&P "中정부, 직접 지원 없을 것"
부동산업체 파산위기 지속될 듯
부채는 산더미, 실적은 악화
헝다그룹은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9월 만기 채권에 대한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을 23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지급해야 하는 2022년 3월 만기 달러표시 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헝다는 오는 29일에도 2024년 3월 만기 채권의 이자 47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채권 계약서상으로는 지급 예정일로부터 30일 이내까지는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헝다는 현재 협력업체와 소액채권자들에게 지급할 현금이 부족해 아파트 등 현물로 상환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20일에도 중국 은행들로부터 받은 대출의 이자를 갚지 못했다. 결국 디폴트에 빠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헝다의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는 총 1조9665억위안(약 359조원)에 달한다. 은행권 대출과 회사채 등 이자 부담이 붙어 있는 차입은 5718억위안이며, 이 가운데 1년 내에 2400억위안 규모의 차입 만기가 돌아온다. 천문학적인 채무를 안고 있지만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2226억위안, 순이익은 104억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 27% 줄었다. 중국당국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을 조이면서 중국 주택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헝다의 디폴트가 공식화하면 채권자들은 법원에 파산·구조조정 절차 돌입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헝다의 자산가치 등을 고려해 법정관리 또는 청산을 결정하게 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정부가 부채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 보내는 경고 차원에서 헝다를 직접 지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헝다에 대한 중국 은행들의 대출 규모는 총액의 0.3% 수준이어서 헝다가 파산해도 금융권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中 부동산업계 구조조정 지속
헝다 사태는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앞으로도 파산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경제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개발업의 쇠락이 중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당국이 부동산개발 업체에 대한 자금 유입을 통제하면서 지난 5일까지 중국에선 270여 개 업체가 파산했다.중국 30위 개발업체인 푸리그룹은 이날 중국 1위 비구이위안에 빌딩관리업체 웰스베스트를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부동산업계에서 이 같은 구조조정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다.글로벌 투자은행(IB)이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도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3%에서 8.0%로, 내년은 6.2%에서 5.3%로 내렸다. 스탠다드차타드와 ING는 중국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골드만삭스는 부동산부문 활력이 떨어져 내년 성장률이 기존 전망인 5~6%를 밑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는 헝다발 유동성 위기 해결은 소비자(주택 구매자)의 신뢰 회복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아파트를 계속 사야 현금이 돌아 건설사 등 실물경제에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막고, 나아가 중국 전체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가 시장을 안심시키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