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지급' 강조한 헝다, 홍콩증시 열자마자 30% 폭등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사진=EPA
파산설에 휩싸였던 헝다그룹이 1000억원대 이자를 제때 지급하겠다고 밝힌 직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헝다(evergrande·종목코드 03333)는 23일 전거래일 대비 15% 오른 2.61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상승 폭을 키워 32.2% 상승한 3홍콩달러까지 찍었다. 오전 10시(현지시간) 현재 2.8홍콩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의 주가는 올 초 14홍콩달러선이었으나 과도한 부채 부담에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21일 2.27홍콩달러까지 내렸다. 연초 대비 하락 폭이 85%에 달한다.

헝다그룹은 홍콩증시 휴장일(홍콩은 추석 다음날이 휴일)이었던 22일 이자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23일 헝다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2025년 9월만기 채권에 대한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과 2022년 3월만기 달러표시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 등 총 1400억여원 규모였다.

헝다는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9월만기 채권의 이자 지급 여부만 선전증시를 통해 공시해서 다른 채권 이자 지급 여부에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헝다그룹이 중국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두 채권 모두 이날 상환할 것이 유력시된다.다만 헝다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오는 29일에도 2024년 3월만기 채권의 이자 47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또 지난 6월말 기준 부채는 총 1조9665억위안(약 359조원)에 달한다. 은행권 대출이나 회사채 등 이자 부담이 붙어있는 차입은 5718억위안이며, 이 가운데 1년 내에 2400억위안 규모 차입의 만기가 돌아온다.

천문학적인 채무를 안고 있지만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2226억위안, 순이익은 104억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 27%씩 줄었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을 조이면서 중국 주택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헝다가 결국 파산하고, 중국 정부가 리스크 전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시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