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성과급에 ESG도 반영…연봉 50%까지 상한선 2배로

성과급 최대 연봉의 50%까지…상한선 2배 높여
투자계획·경쟁사 대비 실적·ESG성과 반영
재무성과 좋아도 성과급 낮출 수 있는 마이너스 기준 마련
제도 개편 배경엔 신구 사업간 갈등…업계 주시
LG화학이 있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모습. 한경DB
LG화학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성과 등을 반영한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도입한다. 연봉의 최대 25%까지였던 성과급 상한을 50%까지 높여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수준에 맞췄다. 하지만 ESG측면에서 부정적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성과급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마이너스(-)' 기준도 내놓으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상한도 책임도 2배로

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사내 설명회를 열고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 성과급 제도를 공개했다. 성과급 상한은 올리되 재무적 성과 뿐 아니라 환경·안전 등 ESG 관련 지표 달성 여부 등 비재무적 지표와 신규 투자 수요와 같은 시장 요인을 반영한다는 것이 새 성과급 제도의 골자다.먼저 LG화학은 성과급의 상한을 기본급의 1000%로 높였다.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들의 성과급은 상한이 기본급의 500% 수준이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연봉은 12번의 월급과 6번의 상여금, 2번의 명절상여금 등 총 20회로 나눠져 지급된다. 연봉의 최대 25%까지였던 성과급이 50%로 2배 가량 높아진 것으로 PS(Profit Sharing)라 불리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와 같은 수준이다.

대신 기준을 보다 정교화했다. LG화학은 전체 1000% 가운데 600%를 재무성과로, 미래준비성과를 400%로 구성했다. 세부적으론 △중장기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역량 확보 △본부별 경쟁사와의 경쟁 성과 △고객가치 훼손 여부라는 기준을 수립했다. 단순히 매출액, 영업이익 등 일반적인 재무 성과만이 아니라 사업 본부별로 신규 투자 계획 여부나 경쟁사와 비교해 높은 성과를 거뒀는지, 환경·안전 관련 사고 등 ESG경영 측면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성과급 결정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이런 부분을 반영한 미래준비성과의 조정 범위를 -200%에서 +400%까지로 설정했다. 한 사업부가 그 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더라도 ESG측면에서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성과급 규모가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이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적과 관계 없이 성과급을 적게 줄 수 있는 이유만 늘렸다는 것이 직원들의 불만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성과급 상한을 높이고 기준도 투명하게 공개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 이번 제도 개편의 취지"라며 "성과급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도 개편 배경엔 新舊 사업 간 갈등

LG화학이 이 같은 제도 마련한 배경엔 본부별 성과급 논란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이뤄진 올초 성과급 산정 결과 LG화학은 석유화학 본부이 400%, 첨단소재 본부과 생명과학 본부이 300%,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한 전지 본부는 245%로 각각 결정됐다. 그 전해엔 석유화학 본부이 100%, 전지 본부이 200%를 받았다.

실적만 보면 LG화학의 기존 사업인 석유화학 본부은 매년 1조~2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반면 LG화학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전지 본부은 대규모 신규 투자와 미성숙한 시장 환경으로 인해 2019년 4543억원, 2020년엔 16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해는 석유화학 본부가, 다른 해는 전지 본부가 높은 성과급을 받으면서 본부 간 갈등이 이어져왔다는 후문이다.전지 본부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했지만 LG화학 내부의 신구 사업 간 시각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성과급 제도에 투자 규모 여부, 본부별 경쟁사 비교 등이 기준으로 들어간 배경이다.

업계선 LG화학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LG화학의 이번 성과급 제도 개편이 기존 사업을 캐시카우로 신 사업을 육성 중인 기업들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폰, 가전 등 사업이 공존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최근 분사가 결정됐지만 LG화학과 유사하게 정유·화학 사업과 배터리 부문이 공존했던 SK이노베이션 등 다른 기업들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이라 여겨지는 분야는 돈을 못 벌어도 우대를 받고, 정작 돈을 잘 벌고 있는 기존 사업부엔 비용 절감이 요구되는 상황이 업계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조직 내 갈등이 늘고 있다"며 "LG화학의 제도 개편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