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만 만든다? 요즘 의류회사는 음원도 냅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컨템포러리 브랜드 ‘구호’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미니멀리즘의 대명사로 불린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구호의 전매특허다. 1997년 정구호라는 패션 디자이너의 여성복 브랜드에서 시작됐다. 정 디자이너가 2013년 구호를 떠나면서 삼성물산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호에는 임수현 디자인 디렉터와 20여 명의 패션 디자이너가 상품을 기획·디자인하고 있다. 디자인실은 의류의 소재를 고르는 소재파트와 디자인을 맡는 스타일파트, 스웨터를 만드는 직물파트, 액세서리와 핸드백 등 소품을 제작하는 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디자인실은 통상 1년 전부터 봄·여름과 가을·겨울 시즌 의류를 어떻게 디자인하는 게 좋을지 회의를 한다. 가장 먼저 패션시장의 전반적인 트렌드를 조사한 뒤 다음 시즌에 유행할 옷을 디자인한다.구호는 현재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구호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이 구매할 수 있도록 상업성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지난 7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골프의류 브랜드인 구호 골프를 선보이면서 골프웨어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성 컨템퍼러리 브랜드 중 골프의류를 출시한 것은 구호가 처음이다. 임 디렉터는 “앞으로 구호 이미지를 어떻게 새롭게 바꿀까 하는 고민이 가장 크다”며 “미니멀리즘 취향을 지닌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패션 회사가 의류만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구호는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그중 하나가 음원 제작이다. 해외 의류 브랜드인 메종키츠네는 앨범을 발매하는 등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의류 브랜드인 A.P.C도 국내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의류 브랜드를 친숙하게 느끼게 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하기 쉽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