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회사로 출근…내일 뭐 입지?

임수현 구호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가을 출근룩

티셔츠에 트위드 재킷
와이드 팬츠에 야상 점퍼
조거 팬츠에 트렌치 코트

편안하면서도 격식 갖춘
믹스매치 스타일 완성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일하는 공간이 바뀐 만큼 직장인의 삶도 꽤 달라졌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간만에 출근할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회사원이 많아졌다. 패션 회사 직원들조차 “1주일에 두 번 재택근무를 하는데 집처럼 편안하게 입고 가도 되는지 정장을 입어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토로할 정도다. 코로나19 시대에 어떤 옷을 입어야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을까. 여성복 브랜드 구호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임수현 디렉터(사진)는 “격식을 차린 재킷 한 벌에 안에는 편한 바지를 믹스 매치하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가을옷 딱 하나 고르라면?

패션 전문가들은 재택근무 시대에 어울리는 출근복으로 ‘믹스 매치’를 추천했다. 임 디렉터는 “정보기술(IT) 기업 등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다면 조거팬츠에 스니커즈를 신는 캐주얼한 옷을 입어도 좋다”며 “다만 이런 패션은 난도가 높아 ‘패린이’(패션+어린이)는 스웨터에 편안한 바지를 입는 식으로 옷을 구성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격식 있는 구두를 신기보다 스니커즈와 함께 입어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룩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을에 옷을 하나 장만한다면 뭘 사면 좋을까.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한 패션 회사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브라운 재킷’이 뜨고 있다고 한다. 최근 패션업계에선 브라운 컬러가 다시 떠오르는 추세다. 임 디렉터는 “여성 겉옷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가성비 좋은 트위드 소재의 브라운 재킷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트위드 재킷은 굵은 양모를 가공해 만든 의류로 다소 거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여성에게 ‘트위드 재킷’이 있다면 남성들에게는 ‘트렌치코트’가 있다. 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이 참호 속에서도 비와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든 옷이 요즘은 ‘가을 남자’를 상징하는 패션 코드가 됐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인공인 험프리 보가트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영화배우들이 입고 나오면서 대유행했다.올가을에는 트렌치코트만큼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코로나19로 패션의 대세가 캐주얼한 의류로 바뀌면서 실용적인 야상 점퍼가 2030세대에 각광 받고 있다. 임 디렉터는 “야상 점퍼 역시 브라운 계열과 밝은 버터 크림색 옷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만 입으면 나도 패셔니스타

평소에 패션에 관심이 없는 직장인들은 ‘소재’와 ‘색상’ 두 가지만 일관성 있게 갖추면 스타일을 확 살릴 수 있다. 일단 옷을 사기로 했다면 남성들은 남색이나 검은색 등 기본적인 색상의 옷을 사는 편이 좋다. 임 디렉터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없으면 한꺼번에 변화하기 어렵다”며 “기본이 되는 옷을 사고 난 뒤 시계나 톡톡 튀는 색상의 작은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멋스럽게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출근룩’을 완성했다면 이제 소개팅룩을 알아보자. 출근룩에서 조금 편안하게 입으면 ‘소개팅룩’이다. 소개팅하러 간다고 해서 굳이 여성스럽게 입을 필요가 없다. 소개팅룩도 출근룩과 마찬가지로 재킷은 격식을 갖춰 입되 하의는 자유롭게 입는 걸 추천한다. 최근에는 바지 폭이 넓은 와이드 팬츠나 볼륨팬츠, 주름이 들어간 ‘턱 팬츠’를 매치해 입으면 ‘힙’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임 디렉터는 “여성스럽게 입기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멋을 살리면 ‘꾸안꾸’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패션업계에서는 올해에도 1990년대 스트리트패션의 영향을 받은 와이드 팬츠 등이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유행하던 옷을 새롭게 해석해 내놓는 ‘레트로’ 열풍도 이어질 예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재킷 안에 회색 맨투맨티를 함께 입으면 깔끔하면서도 실용적인 ‘출근룩’이 완성된다”며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의류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