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장동 內戰'…"배임 아니면 무능" vs "내부 총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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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김두관 "이낙연, 부화뇌동"여당 대선주자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쪼개졌다.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은 배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내부 총질”이라며 이 지사를 감쌌다. 이 지사는 “보수언론과 토건세력, 야당의 호도”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허무맹랑 프레임" 李 前대표 공격
'文복심' 윤건영은 "MB 탓 발생"
다급한 이재명 "공동대응하자"
'기본소득 설계' 캠프 정책본부장
투기의혹으로 전격사퇴 또 충격
秋 “이낙연의 허무맹랑한 프레임”
추 전 장관은 23일 라디오에 출연해 “대장동에 대해선 일련의 수사가 이뤄졌고,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와 이미 끝났다”며 “이 문제가 불거진 건 이 전 대표 측에서 이 지사가 흠이 있는 것처럼 프레임에 가두기 위해 들고 왔기 때문”이라고 이 지사 편에 섰다. 추 전 장관은 “MB(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등 허무맹랑한 말을 해서 불안한 후보 이미지를 씌우려고 한다”며 이 전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김 의원도 “대장동 건은 보수기득권과 토건세력이 도발한 프레임 전쟁”이라며 이 지사를 거들었다. 김 의원은 SNS에 “보수언론이 만들어내고 국민의힘이 나발 불고 우리당 후보까지 부화뇌동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김 의원은 “막상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의혹은 하나도 없다”며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가 부동산 급등으로 예상치 못한 대박이 났다는 점이 전부”라고 덧붙였다.이낙연 “경찰 수사 속도내야”
김영웅 이낙연 캠프 대변인은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과 관련, “알고 있었다면 배임이 가능한 사안이고, 또 모르고 했다면 지자체장으로서의 무능을 드러내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보다 더 유명해진 불로소득 개발사업 때문에 호남권 경선 판세가 더 크게 요동칠 것”이라며 “이번에 화제가 됐던 화천대유는 오징어게임 수익(극중 상금 456억원)보다 두 배나 더 많은 1100여억원의 수익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다만 이 전 대표는 “특검 또는 국정조사 요구로 여야가 줄다리기하면 진상조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 공방만 난무할 수 있다”며 “진행 중인 경찰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이 좋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건영 “원인 제공자는 MB”
이 지사는 민주당 경선 후보들에게 공동 대응을 제안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지사는 SNS에 “보수언론과 토건세력, 야당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시간은 진실의 편”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은 명백해지고, 더구나 저 이재명은 때리면 때릴수록 강해질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는 빛과 그늘이 있는 것 같다”며 “이 덕분에 ‘개발 이익 불로소득 공공환수 의무화’를 공약화하는 것과, 이를 국민께 설명 드리는 일이 수월해졌다”고 주장했다.이 지사는 “당 경선이 한창일 때 민주개혁세력의 본향 광주·전남 경선을 앞두고 우리당 후보의 공동대응이 이뤄진다면 당의 단합과 단결을 기대하는 국민과 당원께도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후보들의 공동기자회견이든, 캠프의 공동성명이든 저들의 후안무치한 저질 정치공세에 함께 맞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지사 측은 대장동 의혹을 ‘기득권과의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여론의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전 대표 측을 향해서는 ‘내부 총질’이라며 역공했다. 이경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라디오에서 “(이낙연 캠프 측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는 포인트 및 공격의 기조와 너무나도 똑같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민주당 내에서는 이 지사에게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투자수익은 민간에게 돌려라, 공공 개발하지 말라는 사실상 지시까지 내렸다”며 “원인 제공자는 지금의 국민의힘,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설계자로 꼽히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이날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캠프 내 정책본부장 직함을 내려놓았다. 의혹 보도 직후 이 원장이 사의를 표한 것을 두고 대장동 의혹에 이어 측근 투기 의혹까지 ‘부동산 내로남불’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