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언도 푹 빠진 중고 거래…"황당한 요구 어쩌죠"

배우 이시언이 과거 '나 혼자 산다'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모습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스케줄이 끝나면 중고거래를 검색해요. 오카리나를 산 적도 있고, 하모니카를 산 적도 있어요. 데뷔한 지 3~4년 정도 됐을 때 가방을 사기도 했죠. 옷뿐만 아니라 꽂히는 건 뭐든 중고거래를 통해 구입해요."

과거 배우 이시언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취미가 중고거래라고 밝혔다.MBC '나 혼자 산다' 출연 당시에도 그는 중고물품을 직거래 하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우로 얼굴이 알려진 상태였음에도 직거래를 고집하며 마니아다운 면모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히터와 라디오가 되지 않는 레트로 슈퍼카까지 중고로 구매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예전에는 다소 독특한 취미로 여겨졌던 중고거래. 하지만 몇 년 사이 중고거래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제는 유통업계에서도 그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까지 커졌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이 대표적이다. 당근마켓은 월 사용자 수(MAU)가 2018년 1월 50만명이었으나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다 올해 1500만명을 넘어섰다. 중고나라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이 5조원에 달했다.하지만 개인간 거래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고거래 후 황당한 요구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최근 중고마켓을 통해 물건을 판매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물건인 만큼, 울샴푸로 깔끔하게 손세탁까지 했고, 거래도 문제 없이 성사됐다.하지만 며칠 뒤, 구매자로부터 '혹시 집에서 개를 키우냐'는 채팅이 왔다고 한다. 아이의 얼굴과 몸에 빨간 반점이 올라오고 콧물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는데 강아지 알러지 반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는 것. 그러면서 구매자는 A씨에게 "왜 강아지를 키운다고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놀란 A씨는 바로 구매자의 상황에 공감하며 환불을 해줬다.

그러나 구매자의 연락은 계속됐다고. 그는 A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 20만원이 넘는 검사 비용의 절반을 부담해달라고 요구했다.A씨는 다소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이도 비염이 있어 해당 물건이 있는 아이의 방에는 강아지가 잘 들어가지 않았고, 팔기 전 깨끗하게 세탁까지 했으며, 기존 자신의 판매리스트만 봐도 강아지를 키운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강아지용품이 여러 개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물건을 하나 팔 때마다 집에 강아지가 있다고 적어야 하는 것이냐"면서 "검사 비용을 이대로 물어줘야하는 것인지, 답장을 뭐라고 보내야할지 난감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 외에도 온라인 상에서 중고거래 판매자와 구매자 간 갈등을 겪고 있다는 고민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이달 발표한 'ICT 분쟁조정 현황과 제도'에 따르면 ICT분쟁조정지원센터에 접수된 개인간거래(C2C) 분쟁조정 신청은 올 상반기 2008건으로, 작년 동기(261건) 대비 670%나 폭증했다. 전체 전자거래 분쟁조정 신청의 77.4%가 C2C 분쟁조정 신청이었다.

C2C 분쟁은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등 C2C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증가하고 있다. 홍현표 ICT분쟁조정지원센터장은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유의사항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특히 C2C 분쟁을 예방하려면 거래 조건과 물품 상태를 확인하고 비대면 거래 시에는 안전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플랫폼 차원에서의 대응 프로세스 구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은 최근 '중고거래 가이드라인 2.0'을 발표, 중고거래 시 지켜야 할 에티켓과 직거래 시 주의사항 등을 상세히 밝혔다. 이와 함께 이용자 간 갈등 조정을 위한 별도 팀도 구성했다. 이용자 사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원활히 해소할 방법에 대한 연구와 조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