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아일랜드, 글로벌 법인세 수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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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드카 부총리 "논의에 참여"아일랜드가 글로벌 법인세 도입에 반대하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면서다. 아일랜드를 찾는 외국 기업 상당수가 개정안의 영향을 받는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낮은 세율을 유지하는 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부총리는 “아일랜드가 조세피난처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법인세 제정 논의의 테두리 안에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일랜드가 글로벌 법인세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FT는 전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7개국(G7)과 글로벌 법인세율을 최저 15%로 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최종 결정을 위해 140개국의 서명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 토고를 마지막으로 134개국이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 동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6개국은 유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일랜드도 그중 하나다.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12.5%다. 헝가리(10.5%)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법인세를 도입하려면 국가 간 만장일치 합의가 꼭 필요하다. 일부 국가가 낮은 세율을 유지해 조세피난처로 남게 되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세금 전쟁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파스칼 도노호 아일랜드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세대에 한 번뿐인 기회”라며 글로벌 법인세 수용을 촉구했다.
각국 정부가 잇따라 법인세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아일랜드에는 부담이다. 미 정부는 글로벌 법인세에 맞춰 자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아일랜드 정부가 정한 법인세율과 상관없이 미국 기업들의 법인세율은 올라간다.OECD는 내년 1분기 국제 세금조약을 개정하기 위한 다자간 협의체를 구축할 계획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2023년 조세피난처는 사라진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