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음식 배달노동자에 "화장실 사용권, 최저수수료 보장"[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입력
수정
뉴욕시 의회, 음식배달노동자 보호 법안 통과뉴욕시가 음식 배달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배달 거리 제한, 식당 화장실에 대한 배달 노동자들의 접근 허가, 배달 건당 최저 수수료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럽허브, 도어대시, 우버이츠 같은 음식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플랫폼 기업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 수수료 기준, 장거리 배달 거부권 등 포함
26일 뉴욕타임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시의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의 지지도 받고 있기에 별다른 이견 없이 시행이 확실시 된다. 코리 존슨 시의회 의장은 "뉴욕시는 이제 음식 배달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미국 최초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최저 수수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번 법안은 미국 대도시에서 앱 기반 음식 배달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기준을 정하는 첫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과된 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은 △최장 배달 거리를 설정하고 터널이나 다리를 건너는 배달을 (불이익 없이)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부여 △배달 노동자들에게 최소한 1주에 한번 수수료 등 급여 지급 △배달 시작 전에 음식 픽업 위치, 목적지, 소비자가 명시한 팁의 액수, 예상 시간과 거리 정보 제공 의무 △음식물을 담는 보온 봉투 값(최고 60달러)을 배달 노동자에게 청구 금지 △식당과 배달업체가 배달 노동자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조항 추가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최저 수수료 보장이 상당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 소비자·근로자 보호국은 근로 조건을 연구하고 (팁을 포함하지 않은) 최소 수수료를 제정하는 규칙을 발표할 의무를 지게 된다. 그간 배달노동자들이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배송을 거부하면 앱에서 평가 등급이 떨어지는 등 불이익을 겪게 되는 것을 반영해 거리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도 추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대유행과 허리케인 ‘아이다’ 등으로 배달 음식 앱 사용이 급증하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는 지난 1일 허리케인 아이다가 뉴욕을 강타했을 때 한 배달노동자가 물에 반쯤 잠긴 자전거를 탄 채로 중국음식을 배달하는 사진이 SNS에 공개되면서 '불평등'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일부 배달 노동자들은 "하루에 12~13시간씩 길거리에서 보내도 40달러도 못벌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시의회는 법안 통과 전 코넬대와 함께 뉴욕에 본사를 둔 업체 소속 500명의 배달 노동자들을 상대로 근로조건을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의 시간 당 평균 급여는 7.94달러였으며 팁을 포함한 급여는 12.21달러로 뉴욕시 최저 임금인 15달러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논란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한 라이더는 "한강 난지 공원에서 치킨을 배달시키면 (자동차전용도로라서 오토바이 주행이 금지된) 강변북로를 타야 한다"며 "거리 등을 이유로 배송을 거부하면 별점이 깎인다"고 지적했다. 또 얼마 전 한 음식 배달 노동자가 허락없이 음식점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음식점주와 갈등을 빚은 사례가 공론화 된 바 있다.
플랫폼 노동 전문 연구가인 이영주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위원은 "뉴욕시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은 실제로 우리나라 라이더유니온이 요구하는 입법내용과 거의 동일하다"며 "음식배달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라이더 보호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