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 세계 1위’ 노리는 ESG 고성장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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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기업인 SKC가 첨단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차 전지 소재인 동박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소재 사업을 확장 중이다. 기존 화학 사업도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재편에 나섰다. ESG 시대에 걸맞는 기업으로 투자 매력을 뽐내고 있다[한경ESG] ESG 핫 종목 - SKCSK그룹 계열사인 SKC에 대한 기억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다. 어떤 이는 1980~1990년대 테이프나 CD·DVD 제조사로 SKC를 기억한다. 화학회사로 보기도 한다. 2000년대 들어 SKC가 전통적 화학 소재 업체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등에 필요한 폴리에틸렌수지(PET) 필름 국내 1위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프로필렌옥사이드(PO), 프로필렌글리콜(PG) 등 화학제품에 집중하면서 2010년대 중반에는 SKC의 영업이익 중 80%가 화학에서 나왔다. 2014년 국내 정유사가 PO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익성이 흔들렸다. 그룹 내 신사업이 필요했다. 성장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2차전지 소재, 그중에서도 동박이 후보로 떠올랐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SKC의 자본력이면 선발업체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동박 사업은 후발 주자가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인 만큼 기존 동박업체 중 강자였던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했다. 인수 후 SKC는 동박의 글로벌 주요 생산업체로 자리 잡았다.
세상이 변할 때마다 발맞춰 변신하던 SKC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이 그어졌다. 지난 9월 24일 SKC는 파이낸셜 스토리 데이를 열고 향후 5년간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2차전지 소재 분야를 확대해 모빌리티 소재 분야의 글로벌 1위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박뿐 아니라 양극재·음극재 등 2차전지 주요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2016년 1조원대였던 시가총액이 동박에 힘입어 6조원대까지 올라섰지만, 2025년에는 3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청사진도 펼쳤다. 친환경 소재 사업도 강화하면서 화학 기업이던 SKC는 첨단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성장성과 친환경성을 두루 갖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걸맞은 기업으로 투자 매력을 뽐내고 있다. 4년 뒤 시총 5배 목표SKC가 지난 9월 24일에 발표한 핵심 내용은 2025년까지 이익의 80% 이상을 전기차 등 모빌리티 소재에서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ESG 투자 환경에서 전기차 모빌리티 관련 소재 사업은 성장성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신성장동력으로 안착한 동박 사업은 유럽과 미국 등 해외진출을 가속화해 2025년까지 총 25만 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기존 20만 톤 대비 25% 늘어난 수준이다. 2025년 기준 글로벌 예상 시장점유율은 35%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실리콘 음극재, 하이니켈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새로 진출한다. 글로벌 톱 수준의 실리콘 기술을 갖춘 회사와 협력해 음극재 기술을 확보하고 핵심 사업으로 키워나가기로 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음극재에 쓰던 흑연 대신 실리콘을 사용, 동일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소재다. 그렇게 되면 전극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배터리 급속 충전 속도가 빨라진다. 전기차 상품성을 위해 충전 속도를 늘려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차세대 소재다.
SKC는 아직까지 ‘빅 플레이어’가 없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서 자리 잡아 2025년 2차전지 사업 매출을 현재의 10배인 4조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6조원대인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30조원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기존 필름·화학 사업도 ESG 중심 탈바꿈
반도체 소재 사업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하이퍼포먼스 컴퓨팅용 글라스 기판’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예정이다. SKC가 개발한 글라스 기판을 적용하면 데이터센터 필요 면적이 기존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전력 사용량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다.
친환경 소재 사업 강화도 ESG 투자자로서는 반길 만하다. 기존 필름, 화학 사업은 ESG 중심으로 탈바꿈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화학은 친환경 공법으로 만든 고부가 PG와 바이오 폴리올을 확대한다. 생분해 신소재도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SKC는 일본 소재업체 TBM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도 했다. TBM은 석회석으로 종이 및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SKC의 기술과 결합해 생분해 소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 주요 사업이 모두 친환경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완재 SKC 사장은 파이낸셜 스토리 데이 발표 현장에서 “앞으로 ESG가 회사의 가장 중요한 경영상 원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관점에서도 SKC 주가는 매력적인 편이다. 우선 그동안 SKC는 2차전지 동박업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인정받아왔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 비율(PER)이 29배 수준으로,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39배)보다 낮은 저평가 상태였다.
우선 구조적으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동박 사업을 확대하면서 기존 동박 사업만 재평가하더라도 주가 상승 여력은 커지게 된다.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은 증설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양극재 진출 계획에 따라 관련 소재업체의 밸류에이션을 일부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양극재 1위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 비율은 70배가 넘는다. 음·양극재를 두루 하는 포스코케미칼의 PER도 70배 이상이다. 실리콘 음극재 업체인 대주전자재료의 PER도 마찬가지로 70배대다.
만일 29배 수준인 PER 기대치가 50배까지만 올라도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게 된다. SKC가 2025년 30조원 시총을 자신 있게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적 상승세에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동시에 이뤄지면 주가가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 SKC를 “시대 변화에 따라 사업 구조를 바꿀 때마다 기업 규모가 급성장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SKC 임원들이 최근 적극 나서 회사 주식을 사모으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박 외에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주가 재평가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