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스파이더맨·토르까지…마블, 무더기 소송 당했다 [김동욱의 하이컬처]

기로에 선 '마블제국'의 통제력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한경DB
각종 장애물과 악당의 공격을 잽싸게 피해 나가는 스파이더맨이 이번엔 마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일까요. 디즈니 자회사 마블이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을 비롯한 주요 히어로들에 대한 저작권의 상당 부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수많은 히어로들에 대한 마블 제국의 통제력이 약화될지 주목됩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등 각종 히어로 캐릭터를 창작해 낸 만화가와 그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캐릭터의 소유권을 놓고 만화가(및 유족)와 마블 간에 대규모 분쟁이 번진 것입니다.이번 소송에서 마블은 만화가와 상속인들이 캐릭터 저작권 해지 통보를 해오자 캐릭터 소유권이 회사에 있다며 뉴욕 남부와 동부, 로스앤젤레스(LA) 지방 법원에 총 5건의 소송을 냈다고 합니다.

마블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히어로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나온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토르,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마블, 호크아이, 블랙 위도, 팰컨, 블레이드 등 최고 인기 캐릭터들이 총망라됐습니다. 그야말로 어벤져스의 핵심 캐릭터들이 무더기로 소송의 도마 위에 오른 셈입니다.
저작권 분쟁이 발생한 마블 캐릭터들/슈피겔 홈페이지 캡처
이번 소송은 스탠 리, 스티브 디코, 진 콜란 등 현재는 고인이 된 창작자들의 상속자들로부터 촉발됐습니다. 이들은 마블이 가진 캐릭터 저작권 효력이 2023년 상반기부터 차례로 상실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작권법을 근거로 마블이 캐릭터 저작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면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입니다.마블은 이들에게 무더기로 맞제소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습니다. 마블 측은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과 같은 히어로 캐릭터들이 '업무상 저작물'이기 때문에 소유권이 창작자가 아닌 회사에 있다는 입장입니다.

1960년대 마블의 뉴욕 편집실에선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만화 캐릭터와 스토리가 창출됐다고 합니다. '마블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탠 리(본명 스탠리 마틴 리버)와 같은 스토리 작가와 스티브 디코 같은 작가들은 '스파이더맨'이나 '판타스틱 포' 같은 캐릭터를 창조해내기 위해 함께 작업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마블이 해당 만화를 바탕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쏟아낸 이후 그들의 창작물에 대한 이익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으면서 끈끈했던 마블 '창작자'들의 유대감은 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이번에 피소된 대표적인 창작자는 스탠 리의 동생이자 아이언맨과 토르를 공동으로 창작한 래리 리버(89)라고 합니다. 또 스파이더맨, 블랙 위도, 닥터 스트레인지 등을 만들어낸 스티브 디코, 돈 리코, 진 콜런의 상속인들도 소송 대상에 올랐습니다.만약 마블이 이번 소송에서 질 경우, 마블은 캐릭터에 대한 권리의 상당 부분을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창작자와 그 상속인 등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캐릭터 소유권을 공유하게 되며, 마블은 캐릭터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이들에게 지급해야 하고요.

저작권과 관련한 세기의 판결이 나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계는 째깍째깍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블 유니버스는 과연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