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라는데 계약해도 될까요?"…고민에 빠진 당첨자들

화천대유 시행·성남 최고 분양가
'판교 SK뷰 테라스' 당첨자 발표
오는 29일부터 계약 예정

"그렇지 않아도 고분양가인데…"
당첨자들 '화천대유 사태' 촉각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 사진=뉴스1
"비싸기도 한데, 화천대유한테 돈 준다고 하니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요", "완전히 판교도 아닌데, 13억원이 넘는 도시형생활주택을 당첨자들이 계약할까요?", "정치 생각 안하고 내 집 마련이니 일단 계약하려구요"…(부동산 관련 카페 및 단체 채팅방)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장지구에서 분양된 도시형 생활주택을 두고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단지는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대장지구 B1블록에 짓는 ‘판교 SK뷰 테라스(판교 SK VIEW Terrace)’다. 지난 24일 당첨자를 발표하고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정당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남시에서 공급된 주택 중 분양가가 최고가로 나온데다 청약에서 9만명이 넘는 청약자들이 몰려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시행사가 화천대유인 점이 부각되면서 초기계약률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판교 SK뷰 테라스’는 지하 1층~지상 4층, 전용면적 75~84㎡의 292가구다. 전 가구가 중소형이며, 테라스 및 복층 다락이 적용됐다. 테라스하우스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대장지구는 도시개발지구로 민간택지지만, 투자과열지구다보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는 아파트에만 해당되며, 이번에 공급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해당되지 않는다.
‘판교 SK뷰 테라스'의 사업설명서에는 시행사가 '화천대유자산관리'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단지는 입주자모집공고가 뜨면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3.3㎡당 평균분양가가 3613만원으로 성남 최고 분양가를 찍었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75㎡의 분양가는 10억~11억대였고, 84㎡는 11억~13억대였다. 2018년말 대장동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2000만원대였던 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분당에서 알짜자리로 꼽혔던 아파트들의 분양가도 분양가 상한제가 가로막혀 3.3㎡당 3000만원을 넘기 쉽지 않았다. 수내동에서 2019년 분양됐던 '분당 지웰푸르지오'의 분양가는 3.3㎡당 2715만원이었다. 정자동에서 2018년 공급됐던 '분당더샵파크리버' 역시 3.3㎡당 2612만원이었다.

이러한 고분양가에도 청약에는 9만명이 넘는 신청자가 나왔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 없이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당첨 제한이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92가구 모집하는 이 단지에는 9만2491명이 접수해 평균 316.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T형으로 분양가가 13억3170만원에 12가구만 모집하는 3군에 2만7739명이 신청했다. 최고 경쟁률로 2311.58대 1을 나타냈다.지난 24일 오후 4시께 당첨자가 일제히 발표되면서 주말동안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계약여부'를 고민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보니 대부분 "당연히 계약을 해야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분양가가 높다보니 중도금 마련이 걱정인데다 화천대유 사태까지 나다보니 행여 입주까지 문제가 발생할까봐서다.
성남 최고 분양가에도 9만명이 넘게 신청자가 몰렸던 ‘판교 SK뷰 테라스' 조감도. / 자료=SK에코플랜트
당첨됐다는 A씨는 "인프라가 갖춰진 서판교 아파트들과 가격이 비슷하다"면서도 "통장없이 새 집을 마련할 수 있고, 테라스도 있어서 일단 계약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금 마련과 관련해 고민중인 이들도 많다. 시행사(화천대유)는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줄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계약자들은 어느정도 자납을 고려해 자금계약을 짜야하는 상황이다. 청약에 참여했다는 B씨는 "대장지구 마지막 민영분양이라고 해서 일단은 넣지만, 화천대유가 분양수익을 가져간다고 하니 찜찜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글을 남겼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