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포르쉐 개조 돕다 '자동차王' 꿈…테슬라 제치고 첫 전기 픽업트럭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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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아마존이 선택한 기업, 테슬라의 강력한 경쟁사. 2009년 창업한 미국 전기 트럭 제조업체 리비안에 대한 수식어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의 러브콜을 받으며 세상에 이름을 알린 리비안은 ‘테슬라의 대항마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지난 14일 첫 소비자용 전기 픽업트럭 ‘R1T’를 출고하면서다. 올해 말 리비안은 상장에 나선다. 기업가치는 800억달러, 공모금은 최대 8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09년 공학도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RJ 스카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가 또 다른 도전 앞에 섰다.
RJ 스카린지 리비안 CEO
'나만의 브랜드' 품고 달려온 車 꿈나무
12년 전 전기 스포츠카 개발 나섰지만
테슬라 선점에 오프로드카 승부수
드림팀 꾸려 10년 만에 첫 SUV 내놔
'테슬라 대항마' 이젠 나스닥으로
아마존 서비스 배송 차량으로 낙점
2년 전 7억달러 투자, 10만 대 선주문
아마존이 10만 대 선주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올해 7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첫 우주관광을 위해 반혼 발사대로 향했다. 시선을 모은 차량은 리비안이 만든 ‘R1S’다. 베이조스와 함께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호에 탑승한 모든 승객은 우주선보다 먼저 리비안의 시승 차량에 올랐다. 베이조스가 민간 우주비행의 새 역사를 쓰던 날에도 리비안에 높은 신뢰를 보여준 것이다.베이조스는 2019년 리비안에 7억달러를 지원한 초기 투자자다. 그는 스카린지 CEO를 만나기 위해 2018년 공장을 직접 찾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리비안 차량 10만 대도 선주문했다. 아마존 프라임서비스 배송 차량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2019년 이후 2년 만에 리비안은 105억달러 규모 투자를 받았다. 블랙록, 소로스펀드, 피델리티, 포드 등이 참여했다. 차량판매 플랫폼을 보유한 콕스오토모티브도 리비안에 베팅하며 전기차 판매망 구축에 힘을 보탰다.큰손들의 기대에 화답하듯 리비안은 올해 미국에서 첫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도 열지 못한 시장이다. 지난 14일 일리노이 공장에서 상용차량 출하식을 연 스카린지는 “리비안팀이 합심해 이 순간을 만들었다”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리비안은 다음달 말 또는 11월께 뉴욕증시에 데뷔할 예정이다. 상장 조달 자금 중 50억달러는 미국에서 두 번째 공장을 여는 데 쓸 계획이다. 공모금은 최대 8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기업공개(IPO)를 통해 80억달러 넘게 조달한 기업은 알리바바(250억달러·2014년), 페이스북(160억달러·2012년), 우버(81억달러·2019년)뿐이다. 리비안의 기업가치는 8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GM(755억달러), 포드(540억달러)도 넘어섰다.
포르쉐 개조 돕던 꿈 많은 소년
리비안을 이끌고 있는 스카린지는 1983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 차고에서 이웃의 포르쉐 개조를 도우면서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미국 명문 사립대인 렌셀러폴리테크닉대를 졸업한 뒤 자동차 사관학교로 꼽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자동차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그의 은사이던 대니얼 루스 전 MIT 교수는 “학생이 자동차 회사를 열겠다는 것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과 같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스카린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결정했다”고 회상했다.대학 졸업을 통해 스카린지는 오랜 꿈에 한발 다가섰지만 고민도 커졌다. 그가 사랑한 자동차가 환경 오염의 주범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친환경차를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009년 플로리다에서 전기차 개발사인 메인스트림자동차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엔 전기 스포츠카 개발에 기술을 집중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전략을 바꿨다. 테슬라가 2008년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내놓으며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2011년 회사 이름을 리비안으로 바꾸면서 오프로드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유년 시절 배를 타고 탐험하던 인디언강에서 사명을 따왔다. 산악자전거와 하이킹을 좋아한 경험을 살려 타깃을 바꾼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하는 기업될 것”
스카린지는 2018년 11월 LA오토쇼에서 리비안의 첫 전기 SUV 시제품을 선보였다. 창업 후 시제품을 생산하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그는 “기술 개발 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조직을 꾸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스카린지는 전기차 드림팀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영국 스포츠카 회사 맥라렌에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섭외했다. 지프의 랭글러 출시 담당자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리비안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반도체 공급이 늦어지면서 첫 차량 출하 시기가 7월에서 9월로 연기됐다.리비안은 전통차 기업과 조화를 이루며 새 시장을 열었다. 내연차 시장과 대립각을 세운 테슬라와는 달랐다. 스카린지는 2017년 미쓰비시자동차가 버리고 떠난 24만㎡ 규모 일리노이 공장을 16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이곳은 리비안의 생산 기지가 됐다.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차량용 구조장치인 서스펜션 시스템을 통합한 플랫폼을 개발해 다른 자동차회사에 판매할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을 앞둔 포드와도 기술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리비안이 아웃도어용 전기차 시장의 문을 열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GM은 올가을 전기 픽업트럭 ‘GMC해머EV’를 정식 출시한다. 포드 테슬라 로즈타운모터스 등도 내년 전기 픽업트럭을 선보일 계획이다. 스카린지는 기술력과 폭넓은 파트너십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새 회사가 성공하려면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야 하죠. 자동차가 기후변화, 대기오염의 원인이라는 건 제겐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싶었고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은 회사를 창업하는 것이었죠. 모험은 제 삶입니다.” 스카린지의 말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