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영끌 뉴스에 대한 단상

이계문 < 서민금융진흥원장 kmlee7545@naver.com >
최근 우리나라 2030 청년층 가계부채 규모가 전체의 27%까지 급증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취업난으로 미래가 불확실한 데다 초저금리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으로 주식투자, 부동산, 가상자산 등 이른바 ‘영끌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가운데, 빚을 감수하고라도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된다.

‘영혼을 끌어모은다’는 뜻의 ‘영끌’에는 부정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투자와 재테크에만 국한해 쓰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태도도 ‘영끌’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세계적 안무가인 리아킴은 ‘영끌’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2430만 명이나 되고 2019년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파워 유튜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6살 때 춤의 매력에 빠져든 리아킴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댄스 연습실을 선택했다. 그곳에서 매일 13시간씩 기초 트레이닝을 하고, 직접 짠 안무를 100번씩 췄다고 한다.

테슬라를 시가총액 세계 7위 기업으로 성장시킨 데에도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영혼을 끌어모은 노력이 있었다. 전기차, 솔라시티, 우주여행 등 그가 새로운 사업에 손댈 때마다 허무맹랑하다는 조롱이 쏟아졌지만, 무모해 보였던 전기차 사업도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퍼지면서 주목을 받게 됐고 현재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들까지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기존 패러다임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머스크식 영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ROTC 군생활 당시 소위 월급 14만3000원을 아껴 매달 9만원을 저축해 전역할 때까지 3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이 있었기에 군대에 가기 전 입사했던 대기업 복직을 포기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영혼을 끌어모아 종잣돈을 만들고 열심히 공부해 공직에 몸담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엔 요즘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힘겹기만 하다. 기술 혁신으로 새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더 많은 시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자산가치는 계속 뛰니 청년들의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영끌투자에 나서는 청년들의 현실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고, 청년들의 힘겨운 현실을 필자와 같은 기성세대가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

청년기는 출발선에서 이제 막 한 걸음을 내디딘 시기다. 그만큼 청년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다양한 지원을 통한 배려가 절실하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투자에만 몰두해 과도한 빚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리아킴과 일론 머스크처럼 자신만의 꿈을 실현하는 데 영끌하는 청년이 더욱 많아질 수 있도록 이들을 적극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