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아기 온몸에 은칠하고 구걸…인도네시아 '실버맨' 증가

공공질서국 단속에도 거리로 나선 '실버맨'
인도네시아 거리에 이른바 '실버맨'(manusia silver)이 늘고 있다. '실버맨'은 전신에 은색 도료를 발라 보디페인팅을 한 후 거리에서 구걸하는 이들을 뜻한다.

27일 CNN 인도네시아는 은퇴한 경찰관과 10개월 된 아기까지 '실버맨'이 되어 거리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실버맨' 아기의 사진은 지난 25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확산됐다. 자카르타 외곽 남부 땅그랑의 한 주유소에서 찍힌 사진에는 온몸에 은색 칠을 한 여성과 아기의 얼굴이 담겨있다.

남부 땅그랑 공공질서국(Satpol PP)은 신고를 받고 아기와 함께 있던 성인 두 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아기의 가족이 아니었다.

21세인 아기 친모는 "병원에서 출산하지 못했고, 출생 신고도 못했다"며 "은칠하고 나갈 동안 친구 2명에게 번갈아 아이를 맡겼는데 친구들이 아기를 데리고 거리로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친모는 아기의 기저귀와 우유를 사기 위해 구걸을 하고 있었다고 CNN 인도네시아는 전했다. 복지 당국은 아기와 친모에 대한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이다.


자바 스마랑에서는 중년의 '실버맨'이 공공질서국 요원들에게 잡혔다.

아구스 다르토노(61)는 1997년부터 2016년까지 경찰로 재직했다. 그는 은퇴한 후 은칠을 하고 거리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아구스는 "돈이 없어서 은칠을 했다. 쉽게 돈을 버는 것 같았다. 친척이나 지인에게 돈을 요청하는 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경찰 당국은 아구스에게 기부금,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소일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주로 출몰했던 실버맨은 자바섬, 수마트라섬 등 주요 도시까지 퍼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구걸과 돈을 주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길어지며 공공질서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실버맨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