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의 진화...임상 개발부터 신약 사업화 지원까지 돕는 ‘CDRO’ 기업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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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인터뷰국산 신약 중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건 보령제약의 카나브, LG화학의 제미글루 등 단 2개뿐이다. 약 2000곳에 달하는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신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아직까진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내놓은 국내 바이오 벤처는 전무하다.
국산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임상개발연구기관(CDRO) 사업’이라는 신 분야를 개척한 기업이 나온다. 오는 30일 회사 문을 여는 메디라마의 문한림 대표는 “임상계획부터 사업모델 설계까지 지원하는 CDRO 사업으로 국내 바이오 업계의 성장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임상계획·사업화 전략도 함께 구축”
CDRO 사업은 임상개발 컨설팅에 대한 문 대표의 경험이 바탕이 돼 메디라마가 시작하는 사업이다. 임상수탁기관(CRO) 사업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CRO는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을 대행한다. 해당 임상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건 전적으로 임상을 의뢰한 개발사 측의 일이다. 전략적인 임상 개발 계획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CRO가 임상을 아무리 잘 진행 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메디라마는 CRO와 함께 임상계획과 사업모델도 같이 설계해주는 사업을 추가했다. 임상에 앞서 신약 후보물질의 시장성 평가, 기술이전, 신약허가 획득 전략 등을 포괄하는 종합 신약개발 지원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임상 개발의 골격을 잡아줘 임상 경험이 부족한 업체들을 지원하겠다”며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에 관심을 보일 해외 제약사들을 체계적으로 물색해 파이프라인 현황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사업개발 업무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메디라마는 각 업무를 담당할 ‘브레인’들을 각자 대표 4인 형태로 확보했다. 문 대표는 최고과학책임자(CSO)로서 고객사들의 임상 개발을 지원한다. 조영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 업무와 함께 자본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사업모델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주상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CDMO 사업의 진행을, 이춘엽 최고경영책임자(CEO)가 회사 전반의 경영을 맡을 예정이다.“인력 집적화해 신약 개발 지원”
문 대표가 신사업에 뛰어들게 된 데에는 지난 4년간 커넥트클리니컬사이언스 대표로 임상개발 컨설팅을 하면서 몸소 체감했던 열악한 국내 신약 개발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업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투자 환경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혁신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게 문 대표의 생각이다.
문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선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개발 성공률이 낮은 혁신신약(퍼스트 인 클래스)에 투자하는 데에 위험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혁신신약 개발 가능성보다는 기술이전이나 상장을 할 만한 기업에 투자가 몰리면서 바이오 벤처로선 연구개발 비용이 상당한 신약 개발의 위험을 감수하기가 쉽지가 않아졌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바이오 벤처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연구 및 사업개발 인력난이 심화되는 등의 문제도 나타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메디라마는 임상설계 및 사업개발 인력을 확보한 뒤 이 인력들을 통해 여러 바이오 벤처들의 신약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인력을 집적화한 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머리’를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면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업들도 신약 개발에서 자신감을 얻고 구체적인 사업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미 다른 기업과도 머리를 맞댔다. 메디라마는 지난달 우정바이오와 사업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정바이오는 오는 30일 국내 첫 민간 신약 개발 클러스터인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를 경기 화성시에서 개소한다. 메디라마는 이 클러스터에 입주한 바이오 벤처들을 대상으로 임상 개발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메디라마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기업들의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혁신신약 개발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혁신신약 개발을 주저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