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아빠 스킨 냄새'가 문제였다

장경영 산업부 선임기자
LG생활건강의 ‘빌려쓰는 지구 리필스테이션’은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많은 2030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탈모 샴푸 시장은 브랜드들의 격전장이다. 대개 탈모 방지 기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약 냄새를 넣는 게 일반적이었다. LG생활건강은 ‘시각의 전환’을 통해 남다른 길을 선택했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아빠 스킨 냄새’를 없애고 젊고 세련된 향을 담아 탈모 샴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LG생활건강 사례를 소개했다.

과거 탈모라는 단어는 ‘배 나온 중년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탈모로 마음고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탈모로 고민하는 젊은 층이 증가하자 화장품·생활용품업체들은 앞다퉈 2030세대를 위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각사의 치열한 ‘탈모 샴푸 전쟁’의 승자는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가 차지했다. 2017년 선보인 이 브랜드는 출시 4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1300만 개를 돌파하며 탈모 샴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LG생활건강 '시각의 전환' 마케팅

닥터그루트는 어떻게 까다로운 2030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탈모 샴푸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첫걸음은 시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즉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기존 탈모 샴푸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바로 냄새였다. ‘아빠 스킨 냄새가 난다’ ‘한방 향이 너무 강하다’ 등이 소비자들의 공통된 불만이었다. LG생활건강이 닥터그루트를 선보이며 냄새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이유다.닥터그루트 ‘애딕트’ 라인은 120년 전통의 명품 향료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은 천연 아로마블렌딩을 함유해 고급스러운 명품 향수의 향기를 구현했다. 한방 제품 일색이던 기존 탈모 샴푸 시장엔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케팅 용어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췄다. 어렵고 긴 추상적인 설명 대신 소비자가 진짜 듣고 싶은 언어로 접근했다. 예를 들어 ‘정수리 냄새’, ‘사춘기 냄새’ 등 차마 말할 수 없지만 누구나 가질 법한 두피 고민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그 결과 탈모 샴푸 특유의 냄새로 사용을 꺼리던 2030 소비자의 마음뿐 아니라 정수리 냄새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탈모는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질환으로 불리는 만큼 각양각색의 증상과 원인으로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 점도 적중했다. 닥터그루트의 샴푸·트리트먼트를 ‘힘없는 모발용’ ‘지성 두피용’ ‘손상 모발용’ 등으로 세분화했다. 소비자 인터뷰를 기반으로 소비군을 세 개로 나눠 공통된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도록 개발한 맞춤형 제품이다.

탈모 샴푸에 명품의 향기를 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탈모로 고민하는 다양한 소비자를 인터뷰한 결과 각자 다른 원인으로 탈모를 앓고, 다른 증상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각각의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선 맞춤형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딱 맞는 제품을 선보이자 무엇보다 재구매율이 높아졌다. 닥터그루트는 3년 연속 탈모 샴푸 시장에서 재구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능성 한방 샴푸를 만드는 기업들이 ‘더 좋은 쥐덫’의 함정에 빠져 경쟁하고 있을 때 LG생활건강은 ‘소비자들은 쥐덫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쥐를 잘 잡는 방법을 원한다’는 판단으로 대응해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른 샴푸 회사들이 한방 향(한방 냄새)으로 탈모 방지 기능을 강조하는 방법에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LG생활건강은 남다른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발휘했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판단했기에 가능한 과감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 LG유플러스 케이스 스터디 기사 보기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8207242i?viewmode=clean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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