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 번째 '코로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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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섭 < 연세의료원장 yuea@yuhs.ac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두 번째 추석을 보냈다. 이맘때면 우리는 고향을 찾아 친지나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일상의 고단함을 풀어내는 추석 연휴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도 지난달부터 이어진 네 자릿수 확진자 발생 및 4단계 거리두기 등의 방역지침 속에 작년에 버금가는 조용한 명절이 됐다. 고향을 찾은 사람 역시 많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방역지침이 다소 완화됐지만, 접종 완료자 중심의 완화 정책이다 보니 적용 가능한 경우가 적었고,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염려로 가족과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 간의 만남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부는 지난 명절 연휴에 최대 8인까지 가정 내 가족 모임을 허용했다. 1차 접종자와 미접종자만이 모일 때는 4인까지만 허용돼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나 2차 접종을 마치지 못하면 모일 수가 없었다. 많은 이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그 이면을 보면 정부의 고심이 느껴진다. 이번 지침은 밀접한 생활 관계인 가족의 소규모 모임만을 허락한다는 의미다. 소규모라도 다양한 집단 간의 잦은 만남은 바이러스 노출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원으로 위험을 낮추겠다는 의도다.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난해 말 소위 게임체인저로 백신이 개발됐다. 의학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개발 속도다. 백신의 등장으로 팬데믹 상황이 쉽게 풀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접종 완료 비율이 높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돌파 감염 등으로 우린 아직 조심스러운 일상을 보내야 한다.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 등에서도 지역 사회 내 코로나19 감염이 지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은 지난 7월부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존 방역지침을 완화하며 ‘위드(with) 코로나’ 실험에 들어갔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통해 확진자 수 억제보다 치명률을 낮춰 국민에게 일상을 돌려주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며, 침체한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나라 대부분은 백신 접종률이 높다. 우리 질병관리청 역시 고령층의 90% 이상, 성인 8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면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전략을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사람이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획득하는 것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최선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새로운 일상은 그 이후에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치료제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는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은 최대한 백신 접종에 동참해야 한다는 점이다.
매미 소리가 수그러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커지는 계절이다. ‘이 역시 지나가리라’라는 다윗 왕의 반지 문구처럼 섣부른 예단과 실망을 반복하기보단 답답한 소리로 들려도 각자 감염 예방에 최선을 다하며 ‘위드 코로나’라는 새로운 일상의 질서를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