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이어 포르쉐도…내연기관 스포츠카 시대 저문다

유럽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여파
고성능차의 전기차 전환 가속화
포르쉐 718 박스터. 사진=포르쉐
내연기관 스포츠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람보르기니에 이어 포르쉐도 내연기관 미드십 스포츠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28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에 따르면 포르쉐는 미드십 스포츠카 718 시리즈에서 내연기관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을 탑재한 박스터와 카이맨도 현행 모델을 끝으로 단종될 예정이다. 718 시리즈는 2024년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 전기차로 대체될 계획으로 전해졌다.
포르쉐 718 카이맨. 사진=포르쉐
향후 등장할 718 전기차는 현재와 동일하게 로드스터(박스터), 쿠페(카이맨) 모델 두 가지로 출시될 예정이다. 후륜구동 방식을 기본으로 하며, 상위 모델은 듀얼모터가 탑재돼 포르쉐 718 시리즈 최초의 사륜구동 차량이 될 전망이다.

718 전기차는 최근 독일에서 폐막한 ‘IAA 모빌리티 2021’에서 공개된 미션 R 콘셉트카를 기반으로 한다. 순수 전기 레이싱 콘셉트인 미션 R은 최고출력 1088 마력(PS)을 발휘하는 두 개의 전기 모터와 80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미션 R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2.5초가 되지 않으며 최고속도는 300km/h가 넘어간다. 340kW(900V)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기에 15분이면 배터리를 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전기 레이싱 콘셉트 포르쉐 미션 R. 사진=포르쉐
포르쉐는 2023년 출시를 예고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에 이어 2024년 718 전기차를 내놓고 전동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표 스포츠카인 911에 대해서는 당분간 전동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이후에도 기존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내연기관 스포츠카가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앞서 람보르기니는 V12 슈퍼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 780-4 얼티마'를 공개하며 이 차량이 아벤타도르의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도 최근 출시한 신차 '에미라'를 마지막으로 내연기관 모델 단종을 선언했다. 향후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계획도 세웠다. 마세라티도 대표 모델인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를 단종시킨 바 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인 아벤타도르 LP 780-4 얼티마. 사진=람보르기니서울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내연기관을 포기하는 이유는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EU의 자동차 이산화탄소(CO2) 배출 허용량은 95g/km이다.

이를 위반하면 1대당 초과된 배출량 1g/km마다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포르쉐 781 박스터 S의 CO2 배출량은 189.0g/km로, 한 대를 팔때마다 8930유로(약 1233만원)의 벌금이 붙는 셈이다. EU의 CO2 배출 허용량은 2050년 10g/km으로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스포츠카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중 브랜드의 고성능 내연기관 모델 역시 단종 수순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쉐보레 카마로 등 10종에 달하는 내연기관차의 단종이 예정됐다. 아우디도 로드스터로 꾸준한 인기를 얻었던 TT를 단종하기로 했다. 독일 다임러는 자사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해 2030년까지 모두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전 모델을 2030년까지 배터리·수소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