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세계적 인기 비결은 심플함"
입력
수정
"10년 전 기획 땐 난해하단 평…서바이벌 어울리는 슬픈 세상 돼""이렇게 단기간 전 세계에서 열풍이 불 것까지는 예상 못 했어요. 얼떨떨하다가 좋다가 '감정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네요."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닷새째 전 세계에서 인기 순위 1위('플릭스 패트롤' 기준)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8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작품의 인기 비결을 묻자 "심플함"이라고 답했다.
"(작품 속 등장하는) 놀이가 모두 간단하고, 다른 게임 장르와 다르게 서사가 더 자세해 참가자들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몰입하게 되는 점이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처음 '오징어 게임'을 만들 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긴 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해왔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방탄소년단도,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그랬습니다.
저 역시 이 게임이 단순한 한국의 옛날 놀이이지만 세계적으로 어떤 소구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고 넷플릭스와 작업했죠. 물론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 했습니다."황 감독은 이어 "'킹덤' 덕에 갓이 유행했대서 찍으면서 '달고나 같은 게 비싸게 팔리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는데 그게 실제가 돼서 얼떨떨하다"고 웃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돌풍에 넷플릭스도 주목하고 있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도 "넷플릭스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이 될 수도 있다"고까지 발언했다.이에 황 감독은 "넷플릭스가 순위를 잘 공개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나서서 옷(작품 속 트레이닝복)도 입어주시고 수치를 기반으로 한 예상치도 발표해주셔서 그 자체도 너무 놀랍다"며 "진짜 말씀대로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인기작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사실 '오징어 게임'은 2008년부터 기획됐다고 한다.
황 감독은 "당시 영화로 만들어보려고 했을 때 굉장히 낯설고 기괴하고 난해하다는 평이 많아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살벌한 서바이벌 이야기가 어울리는 세상이 됐고, 현실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슬프게도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요새는 아이들까지도 게임을 하잖아요. 남녀노소가 열광하는 요소죠.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가상화폐니, 전 세계가 일확천금을 노려요."
그는 부자가 서민을 갖고 노는 게임이라는 콘셉트에 대해서는 "사실 이런 장르에서 클리셰처럼 나와 있는 부분이긴 하다"며 "2008년 만화에 푹 빠져 있을 때 '라이어 게임'이나 '헝거 게임' 같은 걸 자주 봤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데려와 게임에 참여시키는 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의 히트에 정치권에서도 회자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뒤 50억 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나는)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었다"고 해명하고,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 대표가 피해를 본 휴대전화 번호를 1억 원에 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창작자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손을 떠난 것이라 코멘트를 남기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걸 허경영 씨가 이용하고, 어떤 의원의 아들이 자신을 말이라고 묘사하고"라고 표현해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전화번호 유출 건에 대해서는 "끝까지 자세하게 확인 못 한 부분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 제작사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은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등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황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오징어 게임'은)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든 30초 안에 게임 룰을 이해할 수 있어 사람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작품은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우지만, 이 작품은 '루저'의 이야기다. 어떤 영웅이나 승자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호평이 주를 이루지만 국내에서는 '젠더 감수성 부재' 등을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녀(김주령 분)가 한 행동도 여성 비하나 혐오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 놓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바디 프린팅 문제도 여성의 도구화라기보다는 VIP로 대변되는 권력들이 사람을 어디까지 경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 밖에 여러 요소도 1970~1980년대 시절 보편적 기억을 끄집어내 썼을 뿐, 남성에 초점을 맞춰서 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기대 이상의 흥행력을 보여준 덕분에 시즌2에 대한 관심도 크다.
황 감독은 "일단 황준호(위하준)가 죽었는지는 비밀"이라며 "(시즌2를) 안 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 같기도 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을 몇 가지 있는데, 넷플릭스와 좀 더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시즌1 하면서 이가 6개 빠져서 임플란트하고 있는데 걱정"이라고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남한산성'부터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수많은 영화를 만든 그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편안하게 작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무엇보다 일주일 안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반응을 얻은 적도 처음이라서요.(웃음)"
/연합뉴스
28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작품의 인기 비결을 묻자 "심플함"이라고 답했다.
"(작품 속 등장하는) 놀이가 모두 간단하고, 다른 게임 장르와 다르게 서사가 더 자세해 참가자들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몰입하게 되는 점이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처음 '오징어 게임'을 만들 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긴 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해왔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방탄소년단도,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그랬습니다.
저 역시 이 게임이 단순한 한국의 옛날 놀이이지만 세계적으로 어떤 소구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고 넷플릭스와 작업했죠. 물론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 했습니다."황 감독은 이어 "'킹덤' 덕에 갓이 유행했대서 찍으면서 '달고나 같은 게 비싸게 팔리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는데 그게 실제가 돼서 얼떨떨하다"고 웃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돌풍에 넷플릭스도 주목하고 있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도 "넷플릭스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이 될 수도 있다"고까지 발언했다.이에 황 감독은 "넷플릭스가 순위를 잘 공개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나서서 옷(작품 속 트레이닝복)도 입어주시고 수치를 기반으로 한 예상치도 발표해주셔서 그 자체도 너무 놀랍다"며 "진짜 말씀대로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인기작이 됐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사실 '오징어 게임'은 2008년부터 기획됐다고 한다.
황 감독은 "당시 영화로 만들어보려고 했을 때 굉장히 낯설고 기괴하고 난해하다는 평이 많아서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살벌한 서바이벌 이야기가 어울리는 세상이 됐고, 현실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슬프게도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요새는 아이들까지도 게임을 하잖아요. 남녀노소가 열광하는 요소죠.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가상화폐니, 전 세계가 일확천금을 노려요."
그는 부자가 서민을 갖고 노는 게임이라는 콘셉트에 대해서는 "사실 이런 장르에서 클리셰처럼 나와 있는 부분이긴 하다"며 "2008년 만화에 푹 빠져 있을 때 '라이어 게임'이나 '헝거 게임' 같은 걸 자주 봤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데려와 게임에 참여시키는 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의 히트에 정치권에서도 회자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뒤 50억 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나는)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었다"고 해명하고,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 대표가 피해를 본 휴대전화 번호를 1억 원에 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창작자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손을 떠난 것이라 코멘트를 남기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걸 허경영 씨가 이용하고, 어떤 의원의 아들이 자신을 말이라고 묘사하고"라고 표현해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전화번호 유출 건에 대해서는 "끝까지 자세하게 확인 못 한 부분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 제작사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은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등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황 감독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오징어 게임'은) 게임보다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든 30초 안에 게임 룰을 이해할 수 있어 사람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작품은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우지만, 이 작품은 '루저'의 이야기다. 어떤 영웅이나 승자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호평이 주를 이루지만 국내에서는 '젠더 감수성 부재' 등을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녀(김주령 분)가 한 행동도 여성 비하나 혐오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 놓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바디 프린팅 문제도 여성의 도구화라기보다는 VIP로 대변되는 권력들이 사람을 어디까지 경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 밖에 여러 요소도 1970~1980년대 시절 보편적 기억을 끄집어내 썼을 뿐, 남성에 초점을 맞춰서 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기대 이상의 흥행력을 보여준 덕분에 시즌2에 대한 관심도 크다.
황 감독은 "일단 황준호(위하준)가 죽었는지는 비밀"이라며 "(시즌2를) 안 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 같기도 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을 몇 가지 있는데, 넷플릭스와 좀 더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시즌1 하면서 이가 6개 빠져서 임플란트하고 있는데 걱정"이라고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남한산성'부터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수많은 영화를 만든 그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편안하게 작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무엇보다 일주일 안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반응을 얻은 적도 처음이라서요.(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