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대부터 상담까지…신한은행, 인공지능 은행원 첫 배치

신한은행이 경기 안양시의 평촌 남지점 및 대구 다사 지점을 인공지능(AI) 은행원을 도입한 무인형 점포 ‘디지털라운지'(사진)로 바꿨다고 28일 발표했다.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금융 소비자 응대와 업무 처리를 'AI 뱅커'가 담당하는 점포를 마련했다. 대면 서비스의 감성을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녹이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본지 2021년 6월23일자 A2면 참조

신한은행의 디지털라운지는 고객 스스로 계좌신규, 카드발급 등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와 실시간 화상통화로 직원과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데스크’ 등 디지털 기기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무인형 점포라고 해서 직원이 한명도 없는 건 아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불편한 소비자를 응대하려는 차원에서 각 지점에 최소한의 직원이 배치돼있다는 설명이다.
점포에서 키오스크를 활용해 업무를 시작하면 AI 뱅커가 소비자를 응대한다. AI 뱅커는 영업점 직원의 말투, 몸짓, 목소리를 AI로 학습해 구현한 일종의 ‘디지털 휴먼’이다. 소비자는 AI뱅커와 쌍방향 대화를 할 수 있다. 사람 음성을 95% 이상 이해하도록 훈련돼 있어 은행 업무는 상담은 물론 간단한 일상 대화도 가능하다. 인식 속도도 매우 빨라 웬만한 대화를 끊김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이다.

AI뱅커는 고객의 대화를 분석해 필요로하는 업무를 안내해준다.소비자가 얼굴과 손바닥 정맥의 생체정보를 등록해 본인확인을 하고, 손쉽게 출금·이체 등의 은행 업무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AI와의 대화가 끝나면 키오스크는 각종 서식을 터치 스크린으로 전환해준다.

신한은행의 'AI 뱅커'를 전면에 배치하는 실험에 나선 건 온라인 금융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영업점을 찾는 소비자가 점차 줄고 있다는 고민 때문이다. 대형은행들의 점포 및 인력 축소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AI 뱅커를 활용하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들도 기존과 유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AI뱅커를 향후 850여개 전국 영업점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AI뱅커는 ‘학습 기능’도 갖추고 있다. 향후 응대 데이터가 쌓이는데로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

다른 대형은행들도 신한은행과 같이 AI 뱅커 도입을 준비 중이다.국민은행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AI체험존'에 도입한 AI 키오스크를 고도화해 연내 일선 점포 창구에 AI 은행원을 앉힌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은행도 AI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업무협약을 맺고 AI 은행원을 개발하고 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라운지는 비대면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면 영업의 감성을 녹이려는 시도"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금융서비스에 '휴먼터치'를 가미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