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살벌한 서바이벌, 현실 된 세상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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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인터뷰
줄다리기·달고나 만들기 등
한국적 놀이로 글로벌 흥행
"현실·판타지 모두 담으려 노력
K콘텐츠 성장 동력은 경쟁"
“좋다가 얼떨떨하다가 놀라기도 합니다. 심플함이 인기 비결인 것 같아요. 놀이가 모두 간단하면서도 다른 게임 장르와 달리 서사가 자세하죠.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몰입하게 되는 점이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을 때 해외 마켓을 염두에 두기는 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이라는 말은 늘 나왔잖아요. 방탄소년단, 싸이, 봉준호 감독이 그걸 증명했죠. 그런데 ‘오징어 게임’이 이 정도로 잘 될 줄은 몰랐어요. 달고나 장사를 미리 선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우리끼리 하곤 했죠. 하하.”그가 작품을 기획한 건 2008년부터다. 하지만 당시엔 굉장히 낯설고 기괴하다는 평이 많아서 영화로 만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10년이 지나 이런 살벌한 서바이벌 이야기가 어울리는 세상이 됐고, 현실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슬프게도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다”고 씁쓸해했다.
작품을 연출할 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현실과의 밀접성이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소수의 마니아만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며 “판타지적인 요소와 리얼한 요소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함께 부여하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456억원이라는 설정도 치열한 고민 끝에 나왔다.
“10여 년 전에는 상금을 100억원으로 설정하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시간이 지나니 작은 돈이 됐어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로또 당첨금을 찾아보니 400억원대였어요. 그래서 한 명당 1억원 정도의 몸값에 기억하기 좋은 중간의 숫자로 456억원을 정했죠.”기훈(이정재 분)의 빨간 머리 염색에도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황 감독은 “제가 기훈이라면 평소엔 절대 하지 않았을 짓을 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떠올린 가장 미친 짓이 빨간 머리였다”며 “거기엔 기훈의 분노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K콘텐츠의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
“한국은 참 다이내믹한 나라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도 그렇고, 전쟁과 분단을 딛고 짧은 시간에 고도성장을 한 점도 그렇죠. 경쟁도 굉장히 심한데, 그 경쟁이 어느 나라보다 앞서갈 동력을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작은 나라에서 문화적으로도 가장 앞서가는 것들이 생산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즌1을 하면서 이가 6개나 빠졌다는 황 감독은 시즌2 계획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즌2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데 너무 많은 분이 좋아해줘서 안 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 같다”며 “앞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