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펀드 ‘봇물’…지금이 투자 적기

탄소중립과 연관된 기업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펀드가 떠오르고 있다. 향후 10~15년 탄소중립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선언도 기후 위기 대응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주목받는다. 탄소중립 투자가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한경ESG] 투자 트렌드
게티이미지뱅크
기후 위기에 맞선 기업에 투자하는 ‘탄소중립 펀드’가 연달아 출시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같은 한정된 테마를 다루는 편드가 그간 시장에서 주목받았다면 탄소중립과 연관된 전체 기업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펀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자재 성격의 ‘탄소배출권’과 달리 ‘탄소중립’에 나선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펀드가 새로운 장기 투자 수단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기후 위기와 싸우는 영웅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9월 신한글로벌탄소중립펀드를 출시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 사회로 향하는 흐름 속에서 이와 관련된 기업 전반에 투자하는 펀드다. 신한자산운용은 발전·수소·푸드테크·순환경제·모빌리티 등을 탄소중립 사회의 주요 테마로 꼽고 관련 기업을 추렸다. 탄소중립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대응을 뜻한다. 인간의 다양한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자는 취지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기업 평가 회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ESG 펀드에 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3245억 달러의 자금이 순 유입됐다. 앞서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하반기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이미 반기 만에 작년 한 해 유입 금액의 93% 규모인 자금이 ESG 투자로 몰려들었다.
국내에선 첫 탄소중립 펀드로 꼽히는 ‘한화그린히어로펀드’가 작년 10월에 출시되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펀드 이름은 기후 위기라는 악당에 맞서는 녹색 어벤저스를 펀드 포트폴리오에 추려 담는다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몰리면서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선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는 상황이지만, 이 펀드의 설정액은 1년 사이 376억원까지 늘었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40%에 달한다.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펀드는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업체인 다니머 사이언티픽을 비롯해 대체유와 관련된 오틀리 등이 포트폴리오에 담겨 눈길을 끈다. 하이브도 기후 위기 관련주로 포함됐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하이브에 소속된 방탄소년단(BTS)이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고, 실제로 K-팝 팬을 중심으로 기후 관련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영향력이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환경전략그룹이 전담 운용하는 에너지트랜지션펀드를 재간접 투자하는 ‘삼성에너지트랜지션펀드’도 올해 새롭게 설정됐다. 전 세계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등 ESG 관련 기업 약 80곳에 투자하는 펀드다. 에너지트랜지션펀드의 경우 2019년 9월 지금 같은 형태로 펀드 전략을 수정한 후 작년 말까지 수익률이 약 200%에 달한다. 최수연 삼성자산운용 멀티매니저운용팀 매니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전 세계 국가의 친환경에너지 산업 육성에 대한 자발적 의지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연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도 이러한 친환경 인프라 사업이 포함되어 있으며, 향후 다른 국가의 재정 정책도 친환경에너지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투자, 기대 수익률 높아

전문가들은 지금이 탄소중립에 투자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김형관 신한자산운용 매니저는 “주요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우고 있으나, 관련 기술 개발 및 투자는 앞으로 10~15년간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탄소중립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가장 높은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7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를 발표하며 기후 위기 대응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BAM은 유럽연합의 탄소배출량 가격 체계인 유럽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자국의 기업에만 탄소 비용을 부과할 경우 수입품과의 공정 경쟁이 어려운 데다 이를 피해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 탓에 수입품에도 탄소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CBAM 발표 이후 중국에서 자국의 배출권거래제를 통합하고, 미국 상원에서 탄소국경세를 발의한 것도 이 같은 영향 때문이다. 은기환 매니저는 “탄소 비용이 높아져 탄소감축 기술을 넘어서면 적극적으로 탄소감축을 하는 것이 기업 이윤에 도움이 된다”며 “그린히어로펀드가 다양한 탄소감축 기술을 확보한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태양광 관련주가 급등한 탓에 올 들어 관련 종목을 담은 상품이 부진한 상태인데, 이를 투자 타이밍을 잡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의 경우 지난 한 해 수익률이 약 114%에 달하지만 올 들어서는 -17%다. 올 들어 설정된 탄소중립 펀드 수익률도 태양광 종목 등의 편입 비율에 따라 현재까지 부진한 모습이다.

최수연 매니저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친환경 인프라 투자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이 같은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돼 태양광 관련주 등이 급격히 오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조정 구간을 거친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할 만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나스닥에 포함된 기술주 등의 상승률에 비해 탄소중립 테마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클린에너지 ETF 주가는 52주 신고가 대비 60% 수준으로 신고가 랠리를 이어온 나스닥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테마는 연초까지 랠리를 이어간 뒤 다른 테마 대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며 “1분기 이후 시장의 중심에서 소외됐기에 순환매 관점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수소 밸류체인, 탄소저감 등 테마로의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