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의 '탄소제로 매직'…재고의류를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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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한섬은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재고 의류 폐기를 친환경으로 바꿔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재고 의류를 불태워 폐기하는 기존 처리 방식이 환경보호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나오자 ‘업사이클링(Up-cycling)’ 전략을 빠르게 펼친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쓸모없어 버려지는 제품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불태워 폐기하던 처리방식 대전환
고온·고압 이용해 섬유패널로 압축
매년 약 144t 이산화탄소 감소
30년산 소나무 2만여그루 심는 효과
해외 작가와 예술작품 등 협업
아트+업사이클 합친 '아트업' 진행
한섬은 올초부터 재고 의류를 친환경으로 폐기 처리하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섬의 ‘탄소 제로(0) 프로젝트’는 폐기될 재고 의류를 고온과 고압을 이용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섬유 패널)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한섬은 그동안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년 신제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재고 의류 8만여 벌(약 60t)을 소각해 폐기해 왔다. 한섬 관계자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 운영으로 매년 약 144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30년산 소나무 2만여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해 재탄생되는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는 의류에 사용되는 섬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 또 유해화학물질인 포름알데히드도 거의 방산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열전도율(0.044W/m.K)이 낮아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흡음(흡음률 75~83%) 효과도 높다. 마감재는 크게 세 단계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재고 의류에서 섬유 소재만 걸러내 파쇄한 뒤, 타면 공정을 통해 솜과 같은 형태로 만든다. 이후 섬유를 압축해 가로 2m, 세로 1m의 규격으로 완성시킨다.
한섬이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도입해 운영키로 한 건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의류로 인해 세계적으로 환경오염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땅과 바다에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폐의류로 인한 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120억t으로 이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재고 의류를 태워 처리하던 해외 유명 패션 업체들도 공익단체 등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재고 처리 방식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섬 관계자는 “재고 의류를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하면 비용이 기존보다 6배 더 들고 처리 기간도 1~2주 이상 더 걸리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친환경 재고 의류 처리 방식을 앞장서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한섬은 지난해 하반기 12t의 재고 의류를 친환경 처리 방식으로 시범적으로 폐기한 데 이어 올해 연간 재고 의류 물량의 절반 수준인 30t가량을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통해 처리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한섬의 모든 재고 의류를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목표다.
재고 의류 등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이색적인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인 ‘아트업(Art-up)’도 진행하고 있다. ‘아트업’은 예술과 업사이클링의 앞 단어를 합성한 신조어로 작가와 협업을 통해 수명이 다 돼 벌목된 나무나 재고 의류 등 폐기물을 진열대와 같은 인테리어 집기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한섬 관계자는 “첫 번째 아트업 프로젝트로 탄생한 작품들은 최근 문을 연 더한섬하우스 부산점에서 선보이고 있다”며 “디자인 역량을 중시하는 패션전문기업답게 쓸모없어진 폐기물에 창의적인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한섬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전담 인테리어팀이 3개월간 전문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작품 제작에 적합한 소재와 색상의 재고 의류 준비와 더불어 수십여 차례의 작품 구상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아트업 프로젝트 작품은 더한섬하우스 부산점 2층 캐주얼관에 배치됐다. 수명이 다 돼 벌목된 나무를 행거·테이블·조명 등으로 업사이클링한 임정주 작가의 ‘noneloquent(기능적이지 않은)’ 시리즈는 메인 VP존(Visual Presentation Zone)에서 시스템·SJSJ 등 주요 캐주얼 브랜드 의류 전시에 활용된다. 벽면엔 한섬의 재고 의류를 조각내 제작한 텍스타일 디자이너 브랜드 ‘파이프콤마(FIVECOMMA)’의 직물 작품이 전시됐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