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발작' 덮치나…1200원 육박한 환율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Fed "인플레 지속" 등 긴축시사에
美 국채금리 연 1.56%로 올라

외국인 10거래일 만에 순매도
코스피 3030선으로 밀리고
3년물 국채금리 연 1.62% 뛰어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 코앞까지 뜀박질하고 증시는 3030선 초반까지 밀리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치솟는 물가에 경계심을 드러내자 미국 시장금리가 치솟은 결과다. 환율이 뛰는 데다 위험자산 투자심리도 움츠러들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코스피시장에서 10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1시38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 40전 오른 달러당 1185원80전에 거래중이다. 이날 환율은 환율은 3원60전 오른 1188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 1188원50전까지 치솟았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9일(1189원10전)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은 이달 초 1150원 선을 맴돌았지만 갈수록 오름세를 보이면서 40원 가까이 뛰었다. 외환시장은 물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오전 11시17분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298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지난 10일 이후 10거래일 만에 '팔자'로 전환했다. 외국인이 증시에서 이탈하면서 코스피지수는 2%가까이 떨어진 303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국채)도 전날에 이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연 1.609%에 마감하면서 2019년 5월 30일(연 1.626%) 후 2년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도 오전에 0.02%포인트가량 오른 연 1.62%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1.56%까지 급등하면서 나스닥 지수가 423.29포인트(2.83%) 급락한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닥 지수 낙폭은 지난 3월18일 이후 가장 컸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고 몇 달 동안 계속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단언한 것과 비교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 시장금리가 뛰었다.

통상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면 명목 금리(실질금리에 인플레이션을 얹은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파월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테이퍼링 추진 배경에 대해 "경제정상화 등 추진 요건이 거의 충족됐다"며 "테이퍼링에 나서도 내년 중순까지는 완화적인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ed의 11월 테이퍼링 추진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해 연 2%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월이 고물가와 구인난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미국 투자은행(IB)들은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말에 연 2%까지 뛸 수 있다고 봤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