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LH 사태' 터지나…금융위 임직원 주식 투자 4배 폭증

사진=뉴스1
국내 자본시장의 관리자격인 금융위원회의 임직원들의 주식 투자가 지난해 4배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시장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이 미공개 개발 정보로 부동산 투기에 나섰던 사태가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금융위 5급 이하 직원들의 연간 주식 거래를 포함한 금융투자상품 매매금액이 61억원으로 전년대비(16억원) 4배 가량 늘어났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투자상품 매매금액은 32억원으로 2020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연간 거래건수는 총 1010건으로 전년 288건에 비해 3.5배 불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거래건수는 총 680건으로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거래 건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계좌개설 신고 건도 2019년 22건에서 지난해 57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올해는 상반기까지 39건이나 된다.

금융위는 4급 이상의 임직원에 대해서만 내규에 따라 금융투자상품 매매를 금지하고 있을 뿐, 5급 이하는 법적 제한은 없다. 다만, 금융시장의 주요 사항들을 관리하는 금융위 직원들이 최근 주식시장 호황과 맞물려 급격하게 주식 투자를 늘인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미공개 정보를 통한 부당 이득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자칫 금융위발 제2의 LH사태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의 근간인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는 매매명세 신고 등을 통해 직무관련 정보 등을 이용해 금융상품매매에 대한 예방과 감시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매분기 전직원 대상 '주식거래 자가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신규‧전입‧파견자 등에 대하여 수시로 직무관련 정보 이용 금지 등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7월 감사원 감사결과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하여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한 직원이 드러나는 등 주식 등에 대한 거래가 늘어날 수록 위반 가능성은 상존한다. 또, 자본시장 감시기관인 금융감독원의 경우 해마다 일정한 것과 비교해 금융위의 변동 폭이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윤 의원은 "금융 관련 주요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금융위 직원들의 주식거래 급증은 불법은 아니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