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는 동학개미 매수세…양도세·빚투 경고도 발목

9월 개인 순매수 1월의 4분의 1 수준
금융당국 빚투 경고·양도세 회피물량 변수도
"개인수급 나아지기 어려워…투자 신중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란스러운 장세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조금씩 식고 있는 것도 한국 증시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개인 수급이 나아지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금융당국이 지나친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것)'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데다 연말로 갈 수록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돼서다.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조342억원어치(오후 3시 30분 기준)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지수가 한때 3050선을 밑도는 등 조정을 보이자 역발상 매수세가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시계열을 넓혀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양 시장에서 총 4조4862억원어치 순매수에 그치고 있다. 1월 순매수 규모가 25조8549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매수세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8월에도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6조9849억원을 기록해 연초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올해 초 지수를 끌어올린 건 개인투자자의 강한 매수세였다. 지난 1월 외국인과 기관이 양시장에서 각각 5조9204억원, 19조5996억원을 팔아치웠음에도 코스피 지수가 3.6% 오를 수 있었던 건 개인투자자가 26조원어치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최근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에도 지수가 하락하는 일이 잦다.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예전같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기관의 매도세가 강하다 보니 밀린 가격에 거래가 체결되는 탓이다.

문제는 당분간 개인수급이 나아지긴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빚투'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첫번째 요인이다. 박선영 스팍스자산운용 운용본부장(CIO)은 "코스피 3000을 이끌었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액에는 신용대출도 많이 포함돼 있다"며 "주가가 지지부진하고 대출까지 조이게 되면 개인들의 직접 투자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대주주 양도세 문제도 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주식 대주주 양도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출회되곤 한다. 종목별 보유액이 10억원이거나 지분율이 일정기준(코스피 1%·코스닥 2%)을 넘어서면 20%의 양도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고자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세 회피 물량은 매년 반복돼서 나오기 때문에 '남들이 팔기 전에 먼저 팔자'는 심리가 커지며 물량 출회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며 "올해는 개인 순매수 규모가 많은 만큼 양도세 회피 매도 물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가 상승하면 주식비중을 확대하기 보단 박스권 전망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