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공포에 퍼렇게 멍든 대형주…삼전·하이닉스 17조 증발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 모두 약세
코스닥에서는 에이치엘비만 상승
사진=뉴스1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한국 증시도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의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마이크론이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한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며 코스피의 하락 압력을 더하고 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두 기업의 시가총액만 약 17조원이 증발했다.

29일 오후 2시26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52.15포인트(1.68%) 내린 3045.77에, 코스닥은 15.86포인트(1.57%) 내린 996.65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두 지수 모두 전장보다 1% 이상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에는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오전 10시도 되기 전에 힘이 빠져 급락했다. 오후 들어서도 반등을 시도했다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하락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둘 다 3%대 하락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현재까지 시가총액이 전일보다 각각 14조3487억원과 2조5467억원이 사라졌다.

뉴욕증시가 마감한 뒤에는 마이크론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9~11월 매출액 가이던스(자체 추정치)를 기존 85억달러에서 74억5000만~78억5000만달러로,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기존 2.5달러에서 2.0~2.2달러로 각각 내린 영향이다. 이에 마이크론은 시간외에서 4%대의 낙폭을 보였다.

이외에도 LG화학, 삼성SDI, 카카오가 2%대 중반에서 3% 이상 빠지는 중이다. 성장 산업으로 인식되던 이차전지와 인터넷은행 테마의 대표 기업들이다.코스닥에서도 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성장 기대감으로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가 각각 5% 넘게 하락하는 중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에이치엘비만 오르는 중이다.

성장 기대감이 큰 기업들일수록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배경은 미 국채 장기물 금리의 상승이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56%대까지, 30년물 금리가 2.10%대까지 각각 치솟았다. 특히 장기물의 지표 금리의 역할을 하는 10년물의 경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폭이 커지기에, 증시에는 부담이 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477억원 어치와 4014억원 어치 주식을 팔면서 지수를 끌어 내리고 있다. 개인이 홀로 9439억원 어치를 사고 있지만, 지수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4213억원 매도 우위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