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가짜뉴스 대응 명목으로 과도하게 정보 차단"

한국인터넷투명성 보고서…"모호한 기준 적용해 200여건 삭제"
온라인상의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를 삭제·차단하기 위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기준이 모호해 악용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한 해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4천624건을 심의해 이 중 200건에 삭제·접속차단 등 시정 요구를 했다.

이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중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심의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지만 "개념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해 3월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거수경례 모습을 조작한 사진을 방심위가 삭제 및 접속차단 처리한 것이 "우려스러운 사례"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당시 통신자문특별위원회에서도 해당 이미지가 사회적 질서를 현저히 해칠 정도로는 보이지 않으며, 모호한 규정을 근거로 시정 요구할 경우 행정권의 남용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합의 없이 평소라면 '해당 없음'으로 처리될 정보들이 시정 요구를 받았다"며 "추상적인 표현을 앞세워 정보를 삭제하기보다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논란을 가라앉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네이버·카카오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총 386만6천365개 계정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2019년(312만7천340개)에 비해 소폭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2017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던 압수수색 건수가 반등했다"며 "통신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압수수색이 방대하게 행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수신 번호·시간·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은 2018년 55만5천91건, 2019년 51만1천812건에 이어 지난해 45만8천721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가입자 신원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통신자료제공'은 2019년 602만8천268건, 지난해 548만4천917건을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구글이 지원하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 산하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이 만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