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옷…국내 첫 전기추진선…대한방직·해민重, 코로나에도 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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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재편으로 제2도약 나선 중견·중기섬유 원단 제조업체인 대한방직과 중소형 조선사인 해민중공업은 2010년대 중후반 생사의 기로에 섰다.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업체들의 공세로 국내 섬유산업은 빠르게 사양의 길로 접어들었고, 조선업은 당시 글로벌 불황으로 수주 절벽에 부딪혔다. 섬유산업과 조선업 모두 구조적 불황에 빠진 탓에 두 기업은 기존에 해오던 일을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다.
(2) 친환경 제품으로 사업 전환
친환경 기업 변신한 대한방직
디지털 염색 도입해 폐수 발생 차단
수익률 10% 높이고 美 수출 '날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던 대한방직과 해민중공업은 ‘친환경’을 위기 극복의 열쇠로 삼았다. 기후변화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변신의 결과는 성공이었다. 2018년을 전후해 친환경 기업으로 변모한 두 회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한 대한방직
1953년 8월 휴전 직전에 설립된 대한방직은 1970~198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당시 질 좋은 저임금 노동력 덕에 한국 섬유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1990년대 들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과 동남아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글로벌 섬유업계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대한방직도 중국에 생산공장을 세우면서 대응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이 회사는 2017년부터 3년간 내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대한방직은 2018년 변신을 시작했다. 중국 현지 공장 두 곳을 모두 매각하고, 국내에서 고부가 원단을 생산하기 위해 대구 공장에 디지털 프린팅 방식의 염색 기계를 도입했다. 염색용 틀을 하나하나 만들어 원단에 직접 색깔을 입히던 기존 아날로그 방식은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해선 디지털 방식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프린팅 방식은 환경친화적이라는 강점이 있었다.
김인호 대한방직 대표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은 염색용 폐수가 많이 발생했는데 디지털 방식은 폐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인 동시에 수익률도 10% 이상 높다”며 “환경 경쟁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프린팅 방식의 제품 대부분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말했다.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9년 13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대한방직은 지난해 흑자 전환했고 올해는 상반기까지 3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한방직의 사업 재편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의류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유기농 방식의 원단을 제조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섬유 제품은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당장은 수익성이 높지 않아 보일 수 있다”면서도 “세계 초일류 섬유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환경친화적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추진선으로 급성장하는 해민중공업
오형석 해민중공업 대표는 2016년까지 한진중공업의 1차 협력업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으로 더 이상 협력업체를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같은 해 알루미늄 선박 제조업체인 해민중공업을 새로 세웠다. 알루미늄은 철과 달리 바닷물에 녹슬지 않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소재로 평가받는다.하지만 알루미늄 선박 제조 분야는 금세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기술 장벽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다 차별화된 ‘친환경’ 전략이 필요했던 해민중공업은 2019년 국내 최초로 전기추진선을 만들어 부산의 화명정수장에 납품했다. 액화석유가스(LPG)로 만든 전기를 활용해 배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국내 최초의 전기추진선 제조업체’라는 타이틀을 바탕으로 해민중공업은 크게 성장했다. 화명정수장 납품 이후 해양대에 전기추진선을 한 대 더 납품했고, 지난해 10월엔 90억6000만원 규모의 전기추진선 수주를 따내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회사 매출은 2018년 10억원 안팎에서 올해 약 60억원으로 증가했다. 내년 매출은 9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오 대표는 “2019년 처음 전기추진선을 만들었을 때는 연구개발(R&D)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손해가 컸다”면서도 “당시 전기추진선을 내놓지 않았다면 회사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