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식어가는 동학개미 화력…'빚투' 차단에 양도세까지 발목

1월 25조 넘었던 순매수 규모
이달 들어 4.5조로 쪼그라들어
대출 묶여 투자 더 위축될듯
혼란스러운 장세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조금씩 식고 있는 것도 한국 증시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개인 수급이 나아지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금융당국이 지나친 ‘빚투(빚내서 투자)’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데다 연말로 갈수록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돼서다.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조34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지수가 한때 3050선을 밑도는 등 조정을 보이자 저가 매수세가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시계열을 넓혀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양 시장에서 총 4조4862억원어치 순매수에 그치고 있다. 지난 1월 순매수 규모가 25조8549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매수세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8월에도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6조9849억원을 기록해 연초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문제는 당분간 개인 수급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빚투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게 첫 번째 요인이다. 박선영 스팍스자산운용 운용본부장(CIO)은 “코스피 3000을 이끌었던 개인들의 투자금액에는 신용대출도 많이 포함돼 있었다”며 “주가가 지지부진하고 대출까지 조이게 되면 개인들의 직접투자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대주주 양도세 문제도 있다. 매년 말이 되면 주식 대주주 양도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출회되곤 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세 회피 물량은 매년 반복해 나오기 때문에 ‘남들이 팔기 전에 먼저 팔자’는 심리가 커지며 물량 출회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며 “올해는 개인 순매수 규모가 큰 만큼 양도세 회피 매도 물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가 상승하면 주식 비중을 확대하기보다 박스권 전망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