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력난에 '백기'…천연가스 보조금 연장

천연가스 발전 비중 20%
올들어 가격 250% 뛰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제동'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2027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EU의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올 들어 급등해 전력난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EU의 ‘탄소중립’ 목표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회 산업위원회는 이날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특별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특별 지위를 얻으면 프로젝트 승인을 받기 쉬워지며 각종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EU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수소 연료도 같이 운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수소가 얼마나 포함돼야 하는지 구체적 비중은 밝히지 않았다.환경단체들은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포함돼야 하는 수소의 비중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천연가스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국제환경인권단체인 글로벌위트니스에 따르면 EU의 이번 결정으로 50~70개의 천연가스 프로젝트가 수혜를 볼 것이며, 이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2억1300만t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디언은 “유럽의회가 기후 위기 해결은 앞으로의 10년에 그 성패가 달렸다고 말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이 같은 결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EU가 다시 천연가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올 들어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약 250% 급등해 전력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EU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전체의 20%에 달한다. 이번 결정에 참여한 에릭 베르그비스트 유럽의회 의원은 “현실적인 합의의 결과”라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폐기할 명확한 날짜를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