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분 팔아 급한 불 껐지만…헝다 '부채 늪' 여전

국유기업에 매각 1.8조원 마련
전액 성징銀 채무 상환에 사용

당국, 국유기업에 자산매입 지시
간접 개입 통해 충격 완화 유도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보유 중인 성징은행 지분을 중국 국유기업에 매각해 1조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홍콩증시 상장사인 성징은행은 29일 개장 전 헝다그룹이 보유 중인 주식 가운데 17억5315만 주(19.93%)를 국유기업인 선양성징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5.7위안으로, 총 99억9300만위안(약 1조8300억원)이다.

성징금융지주는 선양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산하 국유기업이다. 헝다그룹은 성징금융지주 계열사였던 성징은행을 2016년 인수했다. 5년 만에 유동성 위기로 원래 주인에게 되판 것이다. 선양시 국유기업들은 지난달에도 성징은행 지분 1.9%를 매입했다.성징은행 본사는 랴오닝성 선양시에 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103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6% 줄었다. 헝다그룹 측은 “매각 대금 전액은 헝다그룹이 성징은행에 지고 있는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쓸 예정”이라며 “이는 헝다가 갖고 있는 남은 성징은행 지분 14.57%의 가치 보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징은행 지분 매각으로 헝다가 유동성 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헝다 측이 이번 매각 대금을 성징은행에 대한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고 밝힌 만큼 다른 채무를 갚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징은행 지분 매각 발표는 헝다가 이날 달러표시 채권 이자 4750만달러(약 559억원)를 지급해야 하는 고비를 맞은 가운데 나왔다. 헝다는 지난 23일 다른 달러 채권 이자 8350만달러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이날 예정된 달러 채권 이자 지급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헝다의 달러 회사채 신용등급을 ‘CC’에서 ‘C’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30일의 유예기간에 들어갔다는 추정에 근거한 결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당국이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헝다그룹의 자산을 매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업체는 이미 실사에 착수했으며, 광저우건설투자그룹은 헝다의 광저우축구장과 주변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를 120억위안에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