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전통힙'을 아시나요?

김희철 < 국립정동극장 대표 hckaa@jeongdong.or.kr >
‘전통힙’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전통문화 유산을 힙(hip:유행에 밝은)하다고 생각하는 트렌드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노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춤이 함께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를 시작으로 높아진 한국 문화의 위상 아래 만들어진 신조어다. BTS 멤버 ‘슈가’ 솔로 곡 대취타의 인기를 비롯해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한복에 대한 관심과 국립박물관의 굿즈 완판 등이 전통힙 트렌드 열풍의 대표적 사례다.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전통문화 유산을 이렇게 ‘멋지다’고 여기는 열풍이 불고 있다니 참 반가운 일이다.

고백건대 지금까지 공연예술계에 몸담고 일하면서 전통예술에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세종문화회관 본부장으로 재직할 때,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무용단 등 예술단의 활동을 지켜보며 조금씩 전통예술을 접해 나갔다. 느지막이 알게 된 전통예술은 내게 다시금 도전해야 할 분야로 목표 의식을 갖게 했다.올해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이 창단했다. 앞으로 국립예술단체로서 연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하고 새로운 전통예술 콘텐츠를 개발해 선보이려고 한다. 그 본격적인 출발이 될 작품이 바로 10월 22일 개막하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정기공연 ‘소춘대유희 백년광대’다.

이번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옥내 극장이자, 황실극장인 ‘협률사’에서 공연된 최초의 근대식 유료 공연 ‘소춘대유희(笑春臺遊)’를 모티브로 한다. ‘소춘대(笑春臺)’는 웃음이 만발하는 무대란 의미다. 서양식 극장에서 처음 올려진 전통연희 공연이지만, 구체적인 사료는 남아 있지 않고 간략한 기록만 남았다. 자유로운 상상과 창작을 통해 그 공간을 지켜온 100년 전 광대와 현재의 광대가 만나 벌이는 한바탕 놀음으로 새 이야기를 썼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목표는 전통예술의 실감형 콘텐츠 제작이다. 한국무용, 전통기예, 판소리, 버나놀이, 솟대타기 등 전통 기예가 현대적 무대 기술 표현 위에 놓인다. 멀티프로젝션 매핑, 컴퓨터그래픽(CG) 등 다양한 무대 기술 표현이 연희, 전통 표현을 담는다. 국립정동극장은 한국 최초 근대식 극장 ‘원각사’의 역사적·예술적 이념 계승을 기반으로 건립된 만큼 ‘소춘대유희’를 정기공연으로 올리는 역사적 의미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전통예술은 늘 대중화가 숙제다. 지금은 전통예술이 대중예술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다. 젊은이들이 이토록 우리 전통문화와 전통예술을 멋지게 여기고, 즐기며 받아들이는 때가 있었던가? 관객은 준비가 됐다. 이제 즐길 준비를 마친 그들에게 창작자들은 새로운 전통 소재와 표현, 그리고 도전과 시도로 ‘전통예술’의 무한 가능성을 펼쳐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