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데 돈을 왜 아껴"…MZ세대 긁는 카드 따로 있다고?

카드사, 'MZ세대' 고객 유치 경쟁…PLCC 출시 잇따라
BTS·블랙핑크 카드부터 이색적 '시발(始發)카드'까지
팬덤 굿즈 제공 및 할인…웹툰 캐시백 혜택까지 '우수수'
위버스 신한카드(왼쪽)와 블랙핑크 비씨카드(오른쪽). 사진=한경DB
국내 카드사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 잠재 고객에서 디지털 시대 소비시장을 이끄는 중심 세력으로 떠오른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혜택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고, 개성을 표출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카드사들이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BTS·블랙핑크 카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시발(始發)카드·웹툰카드 등 이색 카드를 잇따라 선보이는 이유다.

"MZ세대 고객 잡아라"…팬덤 할인 혜택에 웹툰 결제 캐시백까지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비씨·롯데카드가 MZ세대를 겨냥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연이어 선보이면서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젊은 층이 열광하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얼굴을 카드 디자인에 사용하고 팬덤 활동에 유용한 혜택을 몰아주거나, 소비 트렌드에 맞춘 청구 할인 및 캐시백 혜택을 집중하는 카드를 출시하면서 MZ세대 고객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국내 카드업계에서 MZ세대를 이끌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여겨진 일명 '방탄소년단(BTS)' 모시기를 실현한 카드사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지난 14일 BTS 소속사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와 손잡고 아티스트 팬덤을 위한 PLCC '위버스(Weverse) 신한카드'를 시장에 내놨다. BTS,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 4팀의 카드로 구성된 이 상품은 디자인에도 각 아티스트와 팬덤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아 소장 욕구를 충족시켰다.

주요 혜택도 남다르다. 위버스 신한카드는 발급 후 자동으로 위버스샵 간편결제에 등록되는데, 아티스트 굿즈(공식 상품) 등 구매가 가능한 위버스샵의 이용 금액에 따라 신용카드 4%, 체크카드 2%의 캐시가 기본으로 적립된다. 생활 적립 서비스 역시 팬덤이 주로 이용하는 영역으로 구성됐다. 생활 밀착형 가맹점에서는 신용카드 10%, 체크카드 5%의 위버스샵 캐시가 제공된다.

이외에도 하이브 인사이트 내 뮤지엄샵 결제 시 신용카드 50%, 체크카드 25% 할인 서비스도 별도 제공된다. 신용카드의 경우 특별 기프트 서비스로 매년 1회 위버스가 선정한 1만5000원 상당의 굿즈가 제공되며, 카드 발급 첫해에는 선택 아티스트의 포토 플레이트 특별 선물 서비스가 제공된다. 연회비는 해외겸용과 국내전용 모두 3만5000원이며, 체크카드는 연회비가 없다.
위버스 신한카드. 사진=신한카드
비씨카드도 최근 세계적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를 앞세운 신용카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블랙핑크 카드'는 소비 데이터 분석을 통해 MZ세대가 선호할만한 혜택에 집중했다. 세부적으로는 팬덤 서비스(음반, 스트리밍, 티켓 등), 쇼핑 서비스(편의점, 백화점, 멤버십 등), 생활 서비스(게임, 미용, 대중교통, 배달 등)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이용금액의 최대 10%를 청구 할인해주는 혜택을 탑재했다. 분야별로 매월 최대 1만원까지, 총 3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외겸용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는 국내외 호텔 및 국내 공항 리무진 할인 혜택도 담겼다. 블랙핑크가 직접 디자인 과정에 참여한 이 카드는 멤버 개개인의 단독사진 등 10가지 종류로 구성됐으며, 고객은 원하는 디자인으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연회비는 국내전용이 1만원, 해외겸용이 1만2000원이다.

비씨카드의 MZ세대 고객 확보 전략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비씨카드는 이달 14일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직장인을 겨냥한 '시발(始發)카드'를 출시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인기 웹예능 프로그램 '워크맨'과 제휴를 통해 탄생한 이 카드의 이름은 '일이 처음으로 시작됨'을 뜻하는 한자어 '시발'에서 비롯됐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 비용을 나타내는 신조어 '시발비용'을 위한 카드라는 의미도 담겼다. 혜택도 일반적이지 않다. '선 넘는 특별 할인'이란 명칭으로 결제금액 구간별 청구 할인을 제공한다. 1800~1만8000원 미만 구간에선 결제 건당 180원(최대 일 5회, 월 50회), 1만8000원 이상 구간에선 1800원 할인(최대 일 2회, 월 10회) 혜택을 제공한다. 이 혜택은 '홧김택시(택시업종)', '커피수혈(커피전문점)', '배달냠냠(배달업종)', '쇼핑치료(백화점, 온라인몰)', '간식털이(편의점)' 등 5가지 업종에서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 시 적용된다. 기타 가맹점의 경우 결제금액의 0.7%를 청구 할인해주는 기본 할인이 제공된다. 연회비는 국내전용 5000원, 해외겸용 8000원이다.
비씨카드가 출시한 '시발(始發)카드'. 사진=비씨카드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결제 시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도 등장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15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PLCC '카카오페이지 롯데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의 핵심 혜택은 웹툰, 웹소설,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결제 시 결제액의 5%를 돌려주는 것이다. 지난달 사용 금액이 30만원 이상이면 카카오페이지에서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캐시 충전할 때 이용 금액의 5%(건당 2000원, 최대 월 3만원)를 캐시백하는 식이다. 국내외 가맹점에서는 이용 금액의 0.5%를 돌려준다. 만약 전달 사용 금액이 30만원 미만이라면 국내외 가맹점에서 이용액의 0.2%를 돌려준다. 월 최대 30만원까지 캐시백 혜택이 제공되는 이 카드의 연회비는 1만5000원이다.

PLCC 출시량 '역대 최고치' 기록…혜자카드 축소 우려도

개성 표현을 중시하고, 원하는 소비처가 뚜렷한 MZ세대를 겨냥하다 보니 카드업계에서 PLCC 출시는 이미 대세로 자리잡힌 상황. 이미 올해 PLCC 출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PLCC 출시량은 2017년 2개, 2018년 6개, 2019년 7개, 2020년 9개의 추이를 보여왔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 집계된 것만 13개에 달한다. 그야말로 PLCC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일각에서는 카드업계의 이 같은 동향이 오히려 소비자 혜택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사들이 PLCC 출시에 전념할수록 전 소비 영역에서 혜택이 고루 분포되는 혜자카드의 입장 가능성이 줄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PLCC의 인기가 대두되던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에서 220여종의 카드가 비용 절감 이유로 단종됐는데 이 중에는 롯데카드의 '라이킷펀',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위비온플러스' 등 소비자들에게 '혜자카드'로 불리던 신용카드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용 혜택 카드가 시장에 존재하는 상태에서 일부 카드사가 PLCC를 잇따라 내놓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든 카드사가 PLCC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다양한 혜택을 원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추후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카드를 가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단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