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악관의 오징어게임'서 살아남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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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급망 안정위해 삼성 등에 영업비밀 제출 요구
삼성 인텔 TSMC, 바이든 행정부와 물밑 협상 시도
마감일 11월8일 서바이벌 같은 게임서 살아남을까 관심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정인설 워싱턴 특파원입니다. '한경 글로벌마켓' 유투브를 통해 '정인설의 워싱턴 나우'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워싱턴 나우는 미국 증시에 영향을 주는 워싱턴 이너서클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인데요.오늘은 백악관의 삼성 길들이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현재 워싱턴 정가의 가장 큰 관심은 두 개입니다. 정치적으론 중국이고요. 경제에선 공급망입니다. 북한과 아프가니스탄이 아닙니다.
중국을 견제하고 공급 부족을 잘 해결해서 여론의 지지를 받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내년 중간선거 나아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급 부족이 가장 심한 곳이 자동차 부문입니다. 특히 여러 부품 중에서 반도체가 가장 많이 부족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그런데 뾰족한 수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택한 게 '닥치고 공격'입니다. 그냥 무조건 상대방을 압박하는 거죠.
반도체가 부족하다고 하니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누르는 겁니다. 대놓고 할 수 없으니 알아서 잘 할 수 있도록 부담을 주는 겁니다.
삼성 SK하이닉스에 영업비밀 요구한 백악관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CEO 서밋'을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같은 반도체 제조사들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정보기술(IT) 기업, 포드 제너럴모터스(GM)을 비롯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대상이었습니다.회의 주재자는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이들은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니 실태 파악을 해보겠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빨리 풀려면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받아야겠다고 설명하죠.
구체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자료가 많았습니다. 재고 현황과 제품별 고객리스트 및 매출 비중. 더 심각한 건 공정 및 설계 정보, 그리고 향후 6개월 내 공급확대 및 투자 계획입니다.상당수 자료가 영업비밀이죠. 삼성의 공정 및 설계 정보, 고객 정보 투자 계획이 백악관 통해 인텔로 흘러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SK하이닉스는 백악관 회의엔 참석하진 않았지만 자료 제출은 요구받았습니다. TSMC는 어떨까요. 물론 인텔도 관련 자료를 제출한다고 하지만 미 백악관도 팔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크겠죠.
전시 동원법까지 거론하며 압박
기업 입장에서 이런 저런 명분으로 안 내면 되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미국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러몬도 장관은 일단 기업 자발적으로 내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출 데드라인이 45일 후인 11월 8일인데요. 안내면 강제력을 동원하겠다고 합니다.
그 근거는 ‘국방물자생산법(DPA)’입니다. 국가 비상사태 때 대통령이 주요 필수물품의 생산을 확대하거나 가격 담합 등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제정됐습니다.
군수물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거죠. 전시에 트럭 등을 동원할 수 있는 것들이죠.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자 이 법을 발동해 3M에 마스크 생산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죽이기' 노하우를 삼성에 적용?
과거 미국은 슈퍼 301조(통상법 301조)를 동원해 일본의 반도체 업체에 원가 공개를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D램 덤핑을 문제 삼아 일본 반도체 업체를 몰락시켰습니다. 이번엔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한국기업과 TSMC가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그나마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가 빨리 풀리면 삼성과 SK하이닉스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작아집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빨릴 풀릴까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년이라고 했고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내후년에 공급 부족이 완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 법인 CEO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년에서 3년인데 미국 쪽 CEO들일수록 좀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 미국 신공장 지으며 화해 도모할듯
코로나시대엔 뭐든지 오래 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도 백신으로 극복되지 않고 결국 위드 코로나로 가고 있죠.일시적일 것이라던 인플레이션, 쇼티지, 공급망 문제도 모두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이고 반도체인 거죠.
바이든 행정부는 이걸 압박전술로 풀 수 있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 업체들을 압박하면 중국 IT 업체나 자동차 업체로 갈 반도체가 미국으로 오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반도체 공급을 늘리거나 특히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게 해서 공급문제를 풀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처럼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고 꾸중과 비판은 비공개로 하는 거죠.
자료 제출 마감일이 11월8일인데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 보조를 맞춰 낼 자료와 안 낼 자료를 선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도 관여할 방침입니다. 삼성은 백악관이 설계한 '오징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 내 새 반도체 공장 건설 등을 발표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협력을 모색할 것 가능성이 큽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