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탄소중립 앞장선 EU…'미래 에너지 정책' 길잡이 되나

유럽연합 탄소중립 경제체제 및
에너지전환정책

박상철 지음
박영사
324쪽 | 2만2000원
탄소중립이 전 지구적 화두로 떠올랐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탄소)를 배출하는 양만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잇따르자 유엔 회원국이 세운 목표다. 석탄발전소를 줄이고 숲을 가꾸는 게 대표적인 실천 방법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탄소중립 시대 기업의 경영 전략과 개인의 삶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뒤처지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국내 최고의 유럽연합(EU)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EU학회의 연구총서 《유럽연합 탄소중립 경제체제 및 에너지전환정책》은 이 같은 갈증을 풀어준다. 저자인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수많은 최신 통계와 문헌을 근거로 세계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EU의 관련 정책 및 시장 동향을 다각적으로 풀어낸다.책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에서부터 EU의 탄소중립 관련 외교 전략까지 아우른다. EU가 탄소중립에 앞장서는 이유 중 하나가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대목이 흥미롭다.

EU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수입한다.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게 러시아산 천연가스다. 러시아가 걸핏하면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며 목을 죄는 상황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려 에너지를 자급하자는 탄소중립 목표는 EU의 경제적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독일과 영국, 스웨덴 등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국가의 사례를 비교 분석한 대목도 눈에 띈다. 탈(脫)원전을 택한 독일과 원전을 유지하기로 한 스웨덴 모두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지만 정당 간 ‘끝장 토론’을 거쳐 법률로 근거를 마련한 덕분에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했다. 행정부의 독단으로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한국과 대조적이다.연구총서인 만큼 문체와 편집은 다소 딱딱하지만, 책 곳곳에서는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고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인은 물론 미래를 대비하려는 일반 회사원과 학생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