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정호연 "세계적 응원에 신나게 다음 스텝 기대"

"뉴욕 패션위크 다 접고 오디션 치러…새벽이 자체로 봐주셔서 감사"
넷플릭스에서 8일째 전 세계 인기 순위 1위(플릭스 패트롤 사이트 기준)를 지키고 있는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최대 수혜자를 꼽자면 역시 정호연(27)이다. 작품에서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이자 탈북자 소매치기 '새벽'을 연기한 모델 출신 배우 정호연은 작품 공개 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기존 40만 명대에서 900만 명대까지 급증하는 등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가장 큰 건 감사함인데, 실감이 계속 잘 안 났어요.

온라인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니 작품이 정말 잘되고 있는 게 느껴져요. "
1일 화상으로 만난 정호연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계속 올라가는 걸 봐도 체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부담도 많이 생기지만, 매일 아침 눈 떴을 때 발을 땅에 딛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감사하게 살아가자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5년부터 교제해온 배우 이동휘의 반응을 묻자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다.

'대견하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고 변하지 않은 애정을 자랑하기도 했다.
'도수코'(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출신인 정호연은 해외에서 활동하며 샤넬 등 명품 브랜드 광고와 쇼에 출연했고 2018년 9월에는 세계 여성 모델 랭킹 톱(TOP) 50위에 올랐을 정도로 기대주였다.

그랬던 그는 지난해 모델 소속사 에스팀에서 배우들이 주로 있는 사람엔터테인먼트로 이적, '오징어 게임'을 통해 데뷔와 동시에 '잭팟'을 터뜨렸다.

신비로운 마스크와 독특한 목소리 톤이 해외 팬들의 눈길도 붙드는 데 성공했다. 정호연은 "배우 회사로 옮긴 지 한 달도 안 돼 오디션을 보게 돼서 겁도 많이 났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 새벽이를 더 많이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뉴욕 패션위크 일정도 다 취소하고 한국에 와서 오디션을 봤고, 합격 연락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새벽의 외적인 부분은 분장 팀과 의상 팀 의견에 100% 동의해 더 의견을 내지도 않았어요.

너무 완벽하게 준비해주셨기 때문이죠. 내적인 부분은 제가 제대로 연기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공부를 많이 했어요.

새벽의 심리 상태를 떠올리며 일기도 쓰고, 새터민 사투리 연습도 많이 했고, 무술 연습도 했죠."
그는 새벽 캐릭터가 사랑받은 데 대해서는 "'남을 위한다'는 게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는 개인주의적인데, 새벽이는 게임에 들어온 것도 가족을 위해서다.

새벽을 보면서 좀 더 남을 생각하며 사는 삶도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호연은 모델을 오래 했는데 배우로서 한 번에 주목받은 게 섭섭하지는 않으냐는 물음에는 "과거 '도수코' 때 승리욕에 불타는 모습을 다시 보면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다.

오히려 모델을 오래 해서 대중이 나를 새벽으로 안 봐주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다행스럽게 새벽 그 자체로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막상 연기를 해보니 상상했던 것과 하나도 같은 게 없었다는 정호연이지만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님께서 '너는 이미 새벽이고, 새벽이로 충분하다'고 격려해주셔서 불안이 많이 해소됐다.

이정재, 박해수 선배님도 엄청 많은 배려와 응원을 해주셨다.

그 정성이 모여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영 역의 이유미 배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새벽과 지영이 그랬듯 나와 유미도 금방 가까워졌다"고 덧붙였다.

정호연은 극 중 등장한 다양한 게임 중 가장 자신 있는 게임으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꼽으며 입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제가 모델 출신이어서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걸 굉장히 잘하거든요.

(웃음)"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을 앞둔 예능 유망주답다.
데뷔작부터 글로벌 돌풍을 일으킨 게 연기 초심자로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정호연은 담담하게 답했다.

"두 발을 땅에 잘 딛고 한 발 한 발 잘 걸어가는 게 지금 가장 중요한 숙제이겠죠. '모든 게 다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했던 황 감독님 말씀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다음에 더 발전한 모습으로 인사드리는 게 제 책임이죠. '뜨거운 여름밤의 꿈'이 끝나고, 부담도 되지만 신나게 다음 스텝을 기대해볼래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