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팀 ‘키맨’ 남욱, "땅 매입 용역비 못주겠다"며 수억원대 소송까지

사진=연합뉴스
‘대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이자 개발 초기 땅 매입 작업을 주도한 남욱 변호사(48)가 땅 매입을 맡긴 용역업체와 수수료 미지급 문제를 두고 수억원 대 소송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4호를 설립해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투자금을 낸 상태였지만, “당초 예정된 민간개발이 무산돼 용역비를 못 주겠다”며 법정 공방을 벌였다.

남욱, 2009년부터 대장동 땅 작업...정영학 회계사도 '한솥밥'

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2015년 토지 매입 용역 업체인 A사와 용역 수수료 지급을 두고 수차례 소송을 벌였다.시작은 2009년부터다. 남 변호사는 2009년 부동산 개발업체인 ‘씨세븐’에서 일했다. 주로 대장동 원주민 땅을 사들이는 역할을 했다. 씨세븐과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인 이모씨가 대장동 민간 개발을 위해 은행에서 1800여억원을 빌려 땅을 집중 매입할 때였다.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는 대장동 민간개발을 위해 씨세븐이 주도로 설립한 회사다. 씨세븐에는 남 변호사 외에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도 함께 일했다.

토지 작업이 한창이던 2009년 씨세븐은 A사와 토지 매매업무에 관한 위탁 업무를 맺었다. 매매대금 130억원 규모의 종중 땅이 대상이었다. 씨세븐은 용역 대가로 수수료 7억6000만원을 A업체에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이어 2010년 2월 종중 땅 소유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면서 매매가 마무리됐다.

2015년 용역비 미지급 문제로 소송

하지만 남 변호사가 5년가까이 용역 수수료를 A업체에 지급하지 않으면서 법적 공방이 오가기 시작했다. A업체는 약속한 용역 대금을 달라는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2015년 4월 원금 7억6000만원과 그동안 돈을 주지 않았던 4년6개월 간의 이자(연 6%)를 같이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약 1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남 변호사는 2011년부터 씨세븐과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됐다.
법원의 지급명령에도 수수료 지급이 이뤄지지 않자 A업체는 법원에 채권 압류 및 전부명령을 요구했다. 씨세븐이 토지 매수인을 상대로 갖고 있던 약 9억7000만원의 계약금반환 채권을 압류해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2015년 9월 이 계약금 반환 채권을 다시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대장지구 사업시행사가 성남도시개발공사로 지정돼 민간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용역 계약서에 담긴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이 어려우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댔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종중 소유주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용역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씨세븐 측이 작성한 용역계약 현황서에 ‘용역비 지급의무 있음’이라고 적었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남 변호사는 이후 항소했지만, 2016년 10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됐다.

성남의뜰 투자해놓고 "사업 무산됐다"

남 변호사의 주장은 대장지구 개발 시기를 봐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 변호사가 소송을 제기한 시기는 2015년 9월이다. 그가 같은 해 6월 천화동인4호를 설립하고 불과 석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당시 천화동인4호는 대장지구 사업시행사인 특수법인 ‘성남의뜰’이 2015년 7월 설립될 때 SK증권 명의로 8721만원을 출자했다.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때는 같은해 3월,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시기는 8월이다. 사업시행자의 주된 투자자로 활동하면서도 “민간 사업이 무산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소송이 한창이던 당시 그는 “LH가 대장동 사업을 포기하도록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부동산개발 시행업체 대표에게 8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구치소에 있었다. 소송에 휘말린 A업체는 뒤이어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017년 11월 법원에서 1445만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서강대를 졸업한 남 변호사는 2008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다 2009년부터 대장동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영학 회계사와 대장동 민간개발을 주도해 ‘대장동팀’ 초기 멤버로 꼽힌다. 그는 천화동인4호로 '성남의뜰'에 8721만원을 투자해 1007억원을 배당 수익으로 얻었다. 지난달 29일 검찰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천화동인 4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