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공정하다지만…" 직장 상사들 '뜻밖의 평가'[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입력
수정
"블라인드 채용 직원, 업무성과 낮고 퇴사비율 높아"블라인드 채용으로 뽑은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 보다 업무 평가 점수가 떨어지며, 1년 내 퇴사하는 비율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8월 발표 "공공기관 NCS기반 채용 선발결과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
블라인드 이전 입직자 성과 평가는 평균 62점, 이후는 52점
"학력이나 평점, 성실성 측정할 수 있는 도구
블라인드 채용은 '정성' 평가인 면접에 많이 의존"
이 연구에서는 상사들도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하다는 인식은 있지만, 블라인드로 채용된 부하 직원들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끕니다. 머리로는 공정한 제도라고 인정하지만, 가슴으로는 그 제도로 뽑힌 직원들의 능력을 높게 보지 않는 '인지부조화'로 해석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정부가 최근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기업의 76.6%가 만족했다"는 결과 보고서를 내면서 대대적인 자화자찬에 나섰지만, 실제는 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지난달 충북대 양재은 박사와 최영출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경영컨설팅학회에서 발간하는 계간 학술지 '경영컨설팅연구'에 등재한 '공공기관 NCS기반 채용 선발결과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채용과정에서 편견으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학력, 외모, 가족관계 등 불필요한 항목을 제거하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2017년 블라인드 채용과 NCS채용은 모든 공공기관에서 의무화됐습니다.
연구 대상이 된 공공기관인 'K공공기관'(익명) 역시 다른 공공기관들과 마찬가지로 2017년부터 블라인드·NCS채용이 의무적으로 도입됐습니다. 연구진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 이전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채용된 95명과 도입 이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채용된 92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업무성과, 인적 특성 등을 비교·분석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 이전에 비해 석·박사 학위 소유자의 비율은 75%에서 42%로 줄었습니다. 그 영향 탓인지 평균 연령도 31.8세에서 29세로 다소 줄었습니다. 서울 수도권 및 외부대학 학부출신 비율도 63%에서 46%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지방대나 고졸 출신 비중이 증가했다는 의미라는 설명입니다. 여성 비율은 52.6%에서 59%로 소폭 증가했습니다.이 같은 결과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공공기관 채용정책에 대한 연구’나, 고용노동부가 발주하고 해밀연구소가 연구한 '2016년~2019년 블라인드 채용 결과'와 거의 비슷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블라인드 도입 이후 채용자들의 업무 성과나 적응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끕니다. 그간 블라인드 채용 전후 만족도나 인적 구성 변화에 대한 연구는 다수 있었지만, 업무 성과에 대한 비교 분석은 드뭅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업무성과 평가점수를 기준으로 하면 블라인드 채용 이전 입직자들은 62점을 획득했으나 이후 입직자들은 52점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연구자들은 "블라인드 도입 이전 입직자 집단의 업무성과평가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분포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도 우연적인 결과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1년 내 퇴사 비율도 기존 5.2%에서 9.7%로 늘어나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연구진은 기관의 부서장 급 인원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공개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하다는 인식은 5점 만점에 4.24점으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그렇게 채용된 직원에 대한 인식은 3.18점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임원들이 제도 공정성에 대해서는 꽤 긍정적으로 인식했지만 채용 만족도는 높지 않다고 풀이됩니다.
연구진은 블라인드 채용의 한계에 대해 지적합니다. 이들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이력서에서 계량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됐다"며 "자기소개가 대표적인 평가활용 도구가 됐지만 이는 정성적 내용을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말로 주관적 평가를 객관화 하는 과정에서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정규교육을 도외시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연구진들 역시 "학력이나 학점은 지원자들의 학교생활 성실성, 누적적 성과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라고 은근히 꼬집고 있습니다. 그 밖에 연구진들은 그 밖에도 타당도가 높은 선발도구 활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공공기관들이 NCS기반 채용을 도입하면서 외부 시험문제를 검증 절차 없이 구매해서 활용하는 게 필기전형의 면접 타당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입니다. NCS가 새로운 종류의 '공단 입시 시험'처럼 전락하고 있는건 아닌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입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