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건설사 신용도 균열 조짐…내년 선거가 '변수'[김은정의 기업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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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이 기사는 09월30일(05: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굳건한 건설사 신용도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호조에 힘입어 오히려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대부분 유지됐다.하지만 주택 사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다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주요 선거를 전후로 부동산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건설사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올 하반기 이후 중견 이하 건설사의 신용등급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위권 건설사의 경우 우수한 업황 대응능력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높이고 있지만, 중견 이하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사업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어 재무 역량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2015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주택 경기 덕분에 건설사의 영업실적은 빠르게 개선됐다. 이는 건설사의 신용등급 상향 기조로 이어졌다. 이처럼 건설사의 실적 호조는 신용도 측면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 경기 호조로 주요 건설사의 수주 잔고에서 주택을 포함한 건축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게 됐다"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부동산 경기에 연동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내년을 전후로 부동산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 정책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분양 경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상반기엔 3월 대통령 선거, 6월 지방 선거가 예정돼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거시경제 요인도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정비 사업 등에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스크(위험요인)가 큰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향후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저하되면 건설사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한국신용평가는 건설사들의 사업 다각화 추세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건설사들은 확대된 현금창출능력과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과거엔 부동산 개발 능력을 활용한 레저 사업이나 원자재 유통 사업이 주를 이뤘다.
최근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 확대로 환경·에너지 사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경 분야에 진출한 건설사로는 SK에코플랜트, GS건설, IS동서 등이 있다. 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건설사로는 한양, GS건설 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환경이나 에너지 사업은 건설업에 비해 매출·수익성이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면서도 "사업 확장 과정에서 수반되는 자금 소요는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에 따르는 재무부담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재무 부담의 과도한 증가는 각 건설사의 재무적 대응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한국신용평가는 각 건설사의 사업 안정성 제고와 재무 안정성 통제 수준을 관찰해 향후 신용도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올 9월 말 기준으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은 AA- 신용등급을 갖고 있고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포스코건설은 A+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GS건설, 호반건설, 태영건설, 신세계건설은 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며, KCC건설, SK에코플랜트, 한화건설, DL건설은 A-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