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징계안 선수뺏긴 野…'상도 수호' 지도부 내분 양상

조수진 "郭 뇌물 정황 있나"에 이준석 "무한한 자괴감"…공개 충돌

국민의힘이 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쳤다. 이준석 대표가 국회 차원의 '제명' 가능성을 거론하며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가던 차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51명이 선제적으로 곽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면서다.
당 핵심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민주당이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이미 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이 없어졌다"며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국회 윤리특위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심야 최고위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국회 윤리위 쪽에서 상황을 진행하지 않는 한 특별한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곽 의원의 제명과 관련해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좀 봅시다"라고만 답했다.

여론 달래기 차원에서 '곽상도 제명' 가능성을 먼저 언급했던 국민의힘으로선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제명안을 낸 것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곽 의원은 아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뒤 퇴직금 50억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을 앞두고 공정 이슈에 민감한 청년층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준석 대표는 "당이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며 의원직 제명 검토를 시사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선수를 친 것에 대해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적반하장 식으로 나왔다"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의 몸통은 민주당에 그대로 둔 채 깃털 격인 곽 의원만 치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내로남불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곽 의원 징계안을 논의하려면 앞서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제출된 민주당 윤미향 의원,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상직 의원 문제부터 처리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민주당이 자당 의원들의 비위는 감싸면서 곽 의원 징계만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곽 의원 제명에 대한 이견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조 최고위원은 의원들의 단체 SNS 방에 글을 올려 "곽 의원이 화천대유에 뇌물을 받은 정황이 있나"라며 제명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서 "'상도수호 없다'는 당 대표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들이받고 언플(언론 플레이)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조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곽 의원이 뇌물 받은 정황이 있냐는) 당신의 문자 그대로 들고 국민과 당원을 설득해보라"고 말했다.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조 의원은 50억원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안 들리는가"라며 "문재인 정권, 이재명 (경기)지사에 맞서 이기려면 우리부터 깨끗하고 당당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도 "50억 성과급이 노동의 공정한 대가인가"라며 "조 최고위원은 국민의힘과 함께할 것인지 곽 의원과 함께할 것인지 결단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곽 의원과 관련해서 확정된 혐의가 없는데 무턱대고 아들 사안으로 제명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견을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