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는 계획이 있었다"…전기차 'GV60' 직관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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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오면 알아보고 손잡이 드러내굳이 키를 챙기지 않아도 차가 숨겨뒀던 손잡이를 펼치며 운전자를 맞는다. 시동이 켜짐과 동시에 시트포지션은 물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주행모드, 배기음 등 세세한 부분 모두 운전자 취향에 맞춰졌다. 차량 시스템은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항상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된다.
지문으로 시동 걸면 크리스탈이 '빙글'
제네시스, 14일까지 압구정에서 특별 전시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로 출시한 전용 전기차 GV60 얘기다. "운전자와 교감하는 핵심 기능들로 럭셔리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보이겠다"는 장재훈 제네시스 사장의 말이 피부에 와 닿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압구정 '카페캠프통'에 마련된 제네시스 GV60 실차 전시를 통해 차량을 만나본 소감이다.GV60는 익숙하면서도 다소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제네시스는 방패 양 옆으로 날개를 펼친 엠블럼을 사용한다.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 중심으로 두 줄의 전조등을 이어 붙인 차량 전면 디자인에서 반복된다. 첫 모델인 G80부터 최근 모델인 GV70까지 이러한 전면 디자인은 꾸준히 이어졌다.
어색하지만 익숙한 GV60…다 계획이 있었다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는 전면 그릴을 삭제하고 하단 그릴의 크기를 키우며 이러한 관습을 비틀었다. 방패 모양 크레스트 그릴은 있지만, 두 줄 전조등 사이에는 뭉툭한 상어 코가 연상되는 여백이 남았다. 전면부 형상이 크게 바뀌었지만 여전히 한 눈에 봐도 '제네시스'였다.제네시스는 지난해 1월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를 공개하면서 '두 줄' 디자인을 제네시스의 상징으로 삼겠다고 했다. 당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GV80에 적용된 두 줄은 앞으로 모델에 상관없이 모든 제네시스 브랜드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치 않다. 때문에 고유의 그릴 디자인을 상징으로 삼았던 브랜드들은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어떻게 디자인을 바꿀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디자인 상징을 일찌감치 그릴에서 두 줄 전조등으로 바꿨기에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났다. GV80를 준비했던 기간을 감안하면 최소 6년 전부터 전기차 전환을 염두에 둔 브랜드 디자인을 고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네시스는 다 계획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GV60는 쿠페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디자인을 갖췄다. 브랜드 최초로 클램쉘(조개 껍질 형태) 보닛을 적용하는 등 파팅 라인(외판이 갈라진 경계)을 최소화하고 오토 플러시 핸들로 차 문 손잡이까지 숨기며 깔끔한 인상을 준다. 기아 EV6와 같은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보다 작고 통통한 느낌도 들었다.GV60는 EV6에 비해 전장은 4515mm로 165mm 짧고 전고는 1580mm로 30mm 높다. 같은 플랫폼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비교하면 전장과 전고 모두 다소 작은 편이지만, 측면부가 캐릭터 라인 없이 볼륨을 강조했고 후면부 트렁크에 여백이 많기에 차가 더 높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었다.
키 없어도 운전자 알아보는 럭셔리카 품격
제네시스 GV60는 양산차 최초로 차량이 운전자 얼굴을 인식하는 '페이스 커넥트' 기능이 탑재됐다. 키가 없어도 운전석 손잡이를 터치하면 B필러에 내장된 카메라가 운전자를 인식하고 차 문을 연다. 페이스 커넥트가 작동하고 문이 열리기까지는 약 2초가 걸렸다.페이스 커넥트엔 2명까지 등록할 수 있으며, 비가 내리거나 밤이 되어 어두운 상황이거나 모자를 써도 적외선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인식한다고 제네시스는 설명했다. 문이 열리면 운전대 위치와 운전석은 물론이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사이드 미러, 인포테인먼트 등의 설정이 개인 프로필과 연동돼 자동으로 맞춰진다. 제네시스 최초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을 탑재한 GV60는 3종류의 가상배기음도 제공한다. 페달 반응도와 음량 등도 설정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도 자동으로 연동된다.
센터 콘솔 상단의 지문인식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OOO님,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안내가 나온다. 이때 시동 버튼을 누르면 주행이 가능해진다. 대부분 운전자가 한 번쯤은 차 키를 깜빡 잊고 나왔다가 다시 챙기는 불편을 겪어봤겠지만, GV60는 키 없이도 이처럼 시동을 걸 수 있다. 시동을 걸면 센터콘솔에서 은은한 빛을 뿜어내던 크리스탈 구체가 빙글 돌아 변속기로 변한다. GV60에 처음 도입된 '크리스탈 스피어'다. 심미적 만족감은 물론 세심한 배려까지 반영됐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에 시동이 걸려 있더라도 꺼졌다고 착각할 수 있다"며 "시동이 꺼지면 크리스탈이 나오고 시동을 켜면 변속기가 되는 크리스탈 스피어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예방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볼륨감 있는 쿠페 스타일로 역동성을 강조한 외관과는 달리 GV60 실내는 원 모양 장식을 대거 채택해 편안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었다. 크리스탈 스피어는 물론 경적 커버와 도어 핸들, 사이드미러 조절기, 스피커 등이 모두 원형으로 통일감 있게 구현됐다.
친환경·재활용 소재도 다양하게 활용됐다. 시트와 팔걸이, 콘솔, 운전석 모듈(크래시패드) 등에는 옥수수 등 자연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성분으로 제작된 친환경 가죽이 쓰였다. 시트 커버와 도어 센터트림 등에는 재활용 페트병과 폐기물 등을 가공한 직물을 썼다.
아이오닉5서 외면받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GV60는?
현대차 아이오닉5에서 외면을 받았던 디지털 사이드 미러도 GV60에서는 한층 높아진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거울을 사용한 기존 사이드 미러를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한 부품이다. 기존 사이드 미러로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 주변 상황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에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처음 적용했지만 소비자 호불호가 갈렸다. 업계는 올해 7월까지 판매된 아이오닉5 가운데 20% 이하만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 여파에 차량 인도 시기가 달라진 측면이 있지만, 낯설고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GV60는 더욱 얇고 깔끔한 디자인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채택했다. 일반 사이드 미러가 더 둔중해보일 정도다. 실내 모니터는 아이오닉5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아직 낯설다는 반응이지만, 자동차 업계는 뛰어난 공기역학적 성능과 시인성을 갖춘 디지털 사이드 미러 채택을 늘려가고 있다.
제네시스 GV60에서 새 디자인을 입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제네시스 GV60는 스탠다드 후륜모델과 스탠다드 사륜 모델, 사륜구동이 기본 적용된 퍼포먼스 모델까지 총 3개 모델로 오는 6일 판매가 시작된다. 모델에 따라 451~368km의 주행거리(현대차 측정 결과)를 갖췄으며 가격은 5990만~6975만원이다. 개인 맞춤형 판매 방식 유어 제네시스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대로 사양을 구성할 수 있다. 아울러 제네시스는 2일부터 14일까지 약 2주간 압구정에 위치한 카페캠프통에서 GV60 특별전시를 연다. 크리스탈 스피어,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뱅앤올룹슨 사운드 등 GV60의 핵심 기능을 체험하며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질 예정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