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LBM 잠수함 앞 울려 퍼진 '인천상륙작전' 노병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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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수송함인 ‘마라도함’의 갑판 위에 붉은 해병 모자를 쓴 90세의 노병이 섰다.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작전 등에 직접 참여한 해병 1기 이봉식 옹이다. 이 옹이 국기에 대한 경례 맹세문을 낭독하는 동안 갑판 위에 있던 대통령과 군 장병들이 전방의 태극기를 향해 경례했다.
이들이 향해 선 태극기는 우리 군 최초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국내 최초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 걸려 있었다.
포항=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이들이 향해 선 태극기는 우리 군 최초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국내 최초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 걸려 있었다.
사상 첫 해병대 주관 국군의날 기념식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이 1일 사상 처음으로 해병대 주관으로 포항 영일만 일대서 열렸다.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마린원(마린온 1호기)’을 타고 마라도함에 내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미니 항모’라 불리는 국내 최대 수송함 마라도함은 지난 6월 취역 이래 이로써 첫 임무를 수행했다. 대통령에 대한 경례 구호에 마라도함 앞에 있던 4900t급 상륙함 ‘천왕봉함’이 군 통수권자를 상징하는 21발의 예포를 발포했다.국방부 군악대대 성악병들이 부르는 애국가가 시작되자 상공에서는 육·해·공·해병대 특수부대 요원들이 강하를 시작했다. 이들은 각기 태극기와 함께 19개의 국군 해외파병 부대기를 들고 강하했다. 한국의 유엔 가입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해병대 1사단장이 대통령에게 출동신고를 하는 것으로 ‘피스메이커’라는 작전명이 붙은 대규모 합동상륙작전이 시작됐다. 대통령과 군 지휘부가 마라도함 함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스텔스 전투기 F-35A와 F-15K, KF-16 등으로 구성된 공군 전투기 편대가 해안가에 공격을 퍼부었다. 육군의 공격헬기 아파치, 기동헬기 ‘수리온’,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도 공중에서 해안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공군의 주력 헬기인 F-15K가 플레어를 발사하자 해병대 특수수색대 요원들이 소형 고무보트(IBS)를 타고 해안으로 접근해 수중장애물을 폭파했다. 갈색과 흰색 연막탄 뒤로 해병대 대원들을 싣고 해안으로 상륙하는 상륙돌격장갑차(KAAV) 64대와 IBS 48척이 해안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수리온, ‘블랙호크’, 마린온 등 육군·해병대의 기동헬기 편대와 아파치 공격헬기 등이 이들을 수호했다. 해안에 상륙한 해병대원들이 쏟아져 돌격하며 목표를 점령하고 태극기를 올렸다.육해공 및 해병대, 2300여명의 장병 동원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적군의 점령지역을 탈환하는 방식의 상륙작전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해·공·해병대 각 군은 첨단 전력과 2300여명의 장병들을 총동원했다. 이날 사상 초유의 국군의날 기념식은 북한이 연이어 무력 도발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 군의 도발 억지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념식 거행 장소에도 의미가 담겼다. 포항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점령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유엔군 최초의 상륙작전인 장사 상륙작전이 펼쳐진 곳이다. 유엔군은 당시 북한군을 교란하기 위해 인천 상륙작전과 같은날 정반대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장사 상륙작전을 수행했다.하지만 ‘강한 국군’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지난달에만 4차례의 미사일 도발에 나선 북한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대신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신의 책무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며 종전선언 제안을 재차 확인했다.포항=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