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美 ‘역레포’에 2000조원 뭉칫돈…왜?

미국 중앙은행(Fed)이 운용하는 역(逆) 레포(일종의 환매조건부채권 계약)에 금융회사들의 뭉칫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하룻동안에만 1조6000억달러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92개 금융회사가 Fed의 역레포에 총 1조6050억달러를 예치했다. 전날에도 역레포는 1조4161억달러 유입됐다. 역레포에 뭉칫돈이 쏠리는 것은 마땅한 대안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는 초단기로도 운용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인 역레포에 안전하게 자금을 맡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자도 받을 수 있다.

Fed는 지난 6월 역레포에 대한 금리를 종전 0%에서 0.05%로 인상했다. 현재 연 0.04~0.07% 수준인 1개월짜리 재무부 채권의 유통 수익률과 비슷하다.

올해 초만 해도 역레포를 찾는 수요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6월 역레포 금리가 높아진 뒤 기관들의 관심이 커졌고, 부채 협상안을 놓고 여야간 대립이 심화한 후에 안전 자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뭉칫돈이 유입됐다.
월가에선 “금융회사들이 미국의 국가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의회의 부채 상한 협상이 이달 18일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파국적 결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월 19일 만기인 1개월짜리 재무부 채권 금리가 곧바로 연 0.05%를 넘어섰던 배경이다. 다만 옐런 장관은 “(18일이 지나도) 며칠 더 여유는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TD증권의 제너디 골드버그 전략가는 “역레포 수요가 단기적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고 있다”며 “이달 중순께 부채 상한 협상이 마무리되면 지금과 같은 이상 현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