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해석의 권위자' 쉬프·부흐빈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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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의 정수지난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불었던 열풍이 올가을에도 이어진다. 베토벤 해석의 세계적 권위를 갖춘 헝가리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68·왼쪽 사진)와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5·오른쪽)가 내한 공연을 통해 베토벤 피아노 레퍼토리의 정수를 들려준다.
쉬프, 7일 예술의전당 첫 공연
대구·울산·통영 등 한국투어
부흐빈더, 19~20일 독주회
쉬프는 오는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투어의 첫 공연을 시작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템페스트)과 26번(고별),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남긴 32번 등을 들려준다. 이어 대구(9일), 울산(10일), 경남 통영(12일)을 거쳐 14일 서울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통영과 서울 공연에서는 피아노 한 대만 두고 김선욱과 나란히 앉아 연주하는 ‘포핸즈 콘서트’를 선보인다.쉬프는 원래 독창적인 바흐 해석가로 유명했다. 캐나다의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쉬프가 녹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굴드 음반과 함께 가장 유명한 앨범으로 꼽힌다. 영국 왕립음악원이 최고의 바흐 해석자에게 주는 ‘바흐상’도 받았다.
그는 중년에 접어들며 베토벤에 천착했다. 40대 후반부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완주했고, 세계 20여 개 도시를 순회하며 독주회를 열었다.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다. 전곡을 완주해 프랑스 아비아티 최고 음악비평가상을 탔고, 독일 본에 있는 ‘베토벤 하우스’ 회원으로도 위촉됐다. 그는 “베토벤을 연주하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웬만큼 성숙하지 않으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레퍼토리”라며 “그래서 40대 후반까지 기다리며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베토벤 시리즈의 바통을 부흐빈더가 이어받는다. 그는 19일과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열고 베토벤의 주요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첫날에는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 14번(월광), 21번(발트슈타인) 등 대표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둘째날에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을 다양하게 각색해 연주하는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디아벨리 변주곡을 원곡과 1824년 후대 작곡가가 각색한 버전, 지난해 막스 리히터·외르크 비트만 등 현대 작곡가들이 편곡한 버전 등을 연주한다.
부흐빈더 역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숱하게 연주했다. 독일 베를린·드레스덴, 이탈리아 밀라노,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 완주 음악회를 50여 회 펼쳐 베토벤 연주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부흐빈더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즘의 전통을 계승한 연주자”라면서 “베토벤에 관한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해석하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악보만 39판을 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