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판매 10% 증가…제네시스 4배 급증 '최고 성적'

기아도 3분기 7% 늘어 '최대'
車 반도체 공급난에도 선전
GM·스텔란티스 등 두자릿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3분기에도 미국에서 질주를 이어갔다.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등 경쟁사들의 판매량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만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성장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인기를 끈 데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도 크게 늘어난 결과다.

3일 미국 오토모티브뉴스 등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3분기 미국에서 37만536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3분기(33만9586대)와 비교하면 9.1% 늘었다. 현대차는 19만3522대(증가율 10.9%), 기아는 17만7014대(증가율 7.3%)를 판매했다. 기아는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제네시스는 2016년 미국 진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3분기 1만5022대를 팔았는데, 전년 동기(3745대)와 비교하면 네 배 수준이다. G80와 GV80, GV70(사진) 등이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모델별로는 SUV가 많이 팔렸다. 현대차 투싼(3만2530대)과 싼타페(2만6546대), 기아 스포티지(2만5404대)와 텔루라이드(2만5286대)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한동안 SUV 라인업이 부족해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상품성이 좋은 SUV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텔루라이드 등은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성적표는 다른 업체와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업체의 평균 판매량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다. 1위인 도요타(56만6005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을 뿐, 다른 대형 업체들은 모두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GM은 33.1%, 스텔란티스는 18.8% 줄었다. 혼다의 판매량(34만5914대)도 10.9% 감소해 현대차·기아에 밀렸다. 혼다는 연간 기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에 늘 앞섰지만, 올해 처음으로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주요 업체들이 미국에서 부진한 이유는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현대차·기아도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4분기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물량을 대부분 소진했고, 최근 동남아시아 반도체 공장이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더 심해졌다”며 “4분기에는 현대차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