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임 법관 김앤장 출신 1위… 2위가 세종인 까닭[최진석의 Law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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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올해 총 156명의 법조경력자들이 법관으로 최종 임명됐습니다. 로펌 출신 지원자 중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이 두 번째로 많은 법관을 배출한 것이죠. 세종도 대형로펌이긴 하지만 김앤장은 물론 태평양, 광장, 율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법관을 배출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임용된 156명의 법관 중 변호사 출신이 87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앤장 19명 △세종 8명 △화우 6명 △율촌 5명 △태평양 5명 △바른 4명 △광장 3명 △대륙아주 2명 등입니다. 김앤장을 제외하면 세종이 유독 많은 법관을 배출했습니다. 세종이 그동안 다수의 법관을 배출해온 것도 아닙니다. 매년 세종 변호사 중 2~3명 정도가 법관에 임용됐다 합니다. 올해 유독 많은 변호사들이 법관에 임용된 것입니다. 세종은 최근 사내에서 조촐한 환송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법관이라는 새로운 길로 나서는 변호사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넨 것이죠. 사내에서도 이렇게 많은 변호사들이 한꺼번에 법원으로 향하는 것이 꽤나 새로운 풍경이었을 겁니다. 국내 대형로펌 중 외형적으로 5위권인 세종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법관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로펌 업계 취재내용을 종합해보면 그 배경을 세 가지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세종이 그만큼 좋은 인재를 선발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인재들이 법관 임용에 지원에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그만큼 많이 뽑힐 수 있다는 겁니다. 로펌 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변호사들이 집결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앤장이 가장 많은 법관을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세종이 그만큼 좋은 인재를 찾아내는 ‘선구안’을 가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로펌의 트레이닝 시스템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신입 변호사가 입사한 뒤 로펌에서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합니다. 입사 후 5년여간 업무를 하면서 실력도 쌓게 되는데 이것이 법관 임용 시험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세종은 다른 로펌에 비해 수평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표변호사도 비밀 투표 등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발하죠. 평소 업무 역시 이와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명하복식이 아닌 수평적 협업체계가 젊은 변호사들의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줬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반드시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세종의 내부적 변호사 트레이닝 체계에서 강점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죠. 또 다른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로펌 측의 장려 혹은 지원입니다. 자사 출신 변호사들이 보다 많이 법관으로 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죠.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형 혹은 중견로펌에선 변호사들이 법관 임용 절차에 지원한다고 할 때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휴식 기간을 부여해 준다고 합니다. 법관이라는 무겁고도 중요한 자리에 지원한다는 것을 로펌 경영진 측도 알기 때문이죠. 로펌 업계에선 “A로펌에서 올해 많은 변호사들이 법관으로 임용됐다”는 말이 회자되는 건 해당 로펌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마치 “B고등학교에서 명문대학교 00명 보냈다”고 현수막을 내거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로펌 측의 배려에 선한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바로 후관예우에 대한 우려입니다. 후관예우란 변호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후 본인이 속했던 법무법인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전관예우’와 비슷한 개념이죠. 특정 로펌 변호사 출신 법관들이 많은 것을 두고 후관예우 논란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에 언급한 로펌들이 이런 후관예우를 고려해 변호사들에게 법관 지원을 종용했다는 얘기는「올해 신임 법관 김앤장 출신 1위… 2위가 세종인 까닭[최진석의 Law Street]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법관행 장려’가 로펌 입장에서 반가운 일만도 아닙니다. 자사의 좋은 변호사들이 법관 임용에 합격한다는 건 로펌 입장에선 인재 유출입니다. 특히 법관 임용에 지원하는 5~10년차 변호사들은 소송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법관으로 이들이 대거 빠져나간다면 로펌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죠. 더군다나 최근엔 로펌들이 좋은 인재 찾기에 혈안입니다. 대형로펌의 노동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좋은 변호사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 전관예우든, 후관예우든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법원 예규 등을 통해 종전에 몸담았던 법무법인 등의 사건을 일정 기간 담당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우’가 발붙일 수 없도록 이 같은 안전장치들이 더욱더 강화되길 바랍니다.
또한 최근 법원 안팎에서 법관 부족, 재판 지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좋은 인재들이 지원해야 우수한 법관들이 사회에 귀감이 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전‧후관예우를 철저히 방지함과 동시에 실력있는 법조인들이 법관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여건도 개선되길 바랍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임용된 156명의 법관 중 변호사 출신이 87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앤장 19명 △세종 8명 △화우 6명 △율촌 5명 △태평양 5명 △바른 4명 △광장 3명 △대륙아주 2명 등입니다. 김앤장을 제외하면 세종이 유독 많은 법관을 배출했습니다. 세종이 그동안 다수의 법관을 배출해온 것도 아닙니다. 매년 세종 변호사 중 2~3명 정도가 법관에 임용됐다 합니다. 올해 유독 많은 변호사들이 법관에 임용된 것입니다. 세종은 최근 사내에서 조촐한 환송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법관이라는 새로운 길로 나서는 변호사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넨 것이죠. 사내에서도 이렇게 많은 변호사들이 한꺼번에 법원으로 향하는 것이 꽤나 새로운 풍경이었을 겁니다. 국내 대형로펌 중 외형적으로 5위권인 세종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법관들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로펌 업계 취재내용을 종합해보면 그 배경을 세 가지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세종이 그만큼 좋은 인재를 선발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인재들이 법관 임용에 지원에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그만큼 많이 뽑힐 수 있다는 겁니다. 로펌 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변호사들이 집결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앤장이 가장 많은 법관을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세종이 그만큼 좋은 인재를 찾아내는 ‘선구안’을 가졌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로펌의 트레이닝 시스템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신입 변호사가 입사한 뒤 로펌에서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합니다. 입사 후 5년여간 업무를 하면서 실력도 쌓게 되는데 이것이 법관 임용 시험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세종은 다른 로펌에 비해 수평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표변호사도 비밀 투표 등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발하죠. 평소 업무 역시 이와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명하복식이 아닌 수평적 협업체계가 젊은 변호사들의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줬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반드시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세종의 내부적 변호사 트레이닝 체계에서 강점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죠. 또 다른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로펌 측의 장려 혹은 지원입니다. 자사 출신 변호사들이 보다 많이 법관으로 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죠.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형 혹은 중견로펌에선 변호사들이 법관 임용 절차에 지원한다고 할 때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휴식 기간을 부여해 준다고 합니다. 법관이라는 무겁고도 중요한 자리에 지원한다는 것을 로펌 경영진 측도 알기 때문이죠. 로펌 업계에선 “A로펌에서 올해 많은 변호사들이 법관으로 임용됐다”는 말이 회자되는 건 해당 로펌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마치 “B고등학교에서 명문대학교 00명 보냈다”고 현수막을 내거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로펌 측의 배려에 선한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바로 후관예우에 대한 우려입니다. 후관예우란 변호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후 본인이 속했던 법무법인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전관예우’와 비슷한 개념이죠. 특정 로펌 변호사 출신 법관들이 많은 것을 두고 후관예우 논란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에 언급한 로펌들이 이런 후관예우를 고려해 변호사들에게 법관 지원을 종용했다는 얘기는「올해 신임 법관 김앤장 출신 1위… 2위가 세종인 까닭[최진석의 Law Street]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법관행 장려’가 로펌 입장에서 반가운 일만도 아닙니다. 자사의 좋은 변호사들이 법관 임용에 합격한다는 건 로펌 입장에선 인재 유출입니다. 특히 법관 임용에 지원하는 5~10년차 변호사들은 소송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법관으로 이들이 대거 빠져나간다면 로펌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죠. 더군다나 최근엔 로펌들이 좋은 인재 찾기에 혈안입니다. 대형로펌의 노동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좋은 변호사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 전관예우든, 후관예우든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법원 예규 등을 통해 종전에 몸담았던 법무법인 등의 사건을 일정 기간 담당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우’가 발붙일 수 없도록 이 같은 안전장치들이 더욱더 강화되길 바랍니다.
또한 최근 법원 안팎에서 법관 부족, 재판 지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좋은 인재들이 지원해야 우수한 법관들이 사회에 귀감이 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전‧후관예우를 철저히 방지함과 동시에 실력있는 법조인들이 법관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여건도 개선되길 바랍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